
# 임신부 조모씨는 최근 정부로부터 미혼·한부모 지원 혜택 관련 안내 문자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결혼했지만, 대출 문제로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어서 ‘미혼·한부모’에 해당한다. 조씨는 “출산 직전 혼인신고를 할지 고민 중”이라며 “아이를 출산한 이후에도 직장이 불안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혼인신고를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혼·한부모 가정에 주어지는 혜택을 받기 위해 결혼과 출산을 하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가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이란 분위기지만, 부정수급이란 비판도 나온다.
결혼하고 한집 살지만 ‘미혼’…왜?
결혼식을 올렸지만, 혼인신고를 미루는 지연 신고 비율이 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결혼한 부부 중 2022년까지 접수된 혼인신고는 총 19만6483건. 이중 결혼 3년차인 2022년에 혼인 신고한 부부는 8377쌍이다. 2020년에 결혼식을 올린 부부 중 4.3%가 2년이 지나서야 혼인신고를 올린 것이다. 혼인 외 출생아 수도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출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 수는 9800명으로 전체 출생아 가운데 3.9%를 차지했다. 1년 전(7700명)보다 21.4% 늘어난 수치다.

미혼·한부모 가정을 선택하는 부부가 늘어나는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신혼부부 특별공급(특공), 행복주택 등에 붙는 ‘7년 이내 신혼부부’ 청약 자격, 정책자금 대출 등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미혼·한부모 가정일 때 얻는 경제적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혼·한부모 가정에 아동 양육비, 요금 감면, 주택, 대학등록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미혼·한부모 가정을 위한 지원은 점점 많아진다. 내년부터 한부모가족 지원 예산이 확대돼 혜택을 받는 이들이 늘어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한부모가족 증명서 발급 및 아동양육비 지원을 위한 소득 기준은 기준중위소득 60% 이하에서 63% 이하로 완화된다. 저소득 한부모 가족 아동양육비 지원금액은 자녀 1인당 현재 월 20만원에서 1만원 인상한다.
또 저소득 무주택 한부모 가족에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매입한 공공 임대주택과 보증금 지원 금액을 확대한다. 내년 3월부터 신생아 출산 가구에 연 7만 가구를 특별 공급 또는 우선 공급한다. 입주자 모집 공고일로부터 2년 이내 임신·출산 사실을 증명하면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특공 자격을 준다.
‘위장 미혼’ 부정수급, 줄이려면
경제적 이익을 넘어 의도적으로 정부 지원금을 부정수급하려고 혼인신고를 미루는 사례도 존재한다. 국민권익위원회 신고 처리 사례에 따르면 미혼모 A씨는 사실혼 관계인 남편 B씨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기초생활보장급여를 받았다. B씨가 일정한 근로소득을 받고 아파트·자동차 등 자산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돼 A씨는 부정수급 혐의가 인정, 검찰에 송치돼 1624만원을 환수당했다. 기초생활수급자 C씨도 5년 전 이혼한 남편, 자녀와 함께 부유한 생활을 하면서도 한부모 가족으로 신고해 기초생활급여를 받았다. C씨 역시 부정수급 혐의가 인정,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고 5155만원을 환수당했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부모 가정이 재혼(사실혼)할 경우 탈수급이 두려워 혼인신고를 고민하거나, 부정수급을 받는 사례도 있다. 한 미혼모 단체 관계자는 “(단체에 사실혼을) 숨기고 말하지 않지만, 다른 엄마들이 얘기해주는 경우가 있다. 사실 말하지 않으면 부정수급인지 알 수가 없다”라며 “혼자 아이를 힘들게 키운 한부모 입장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위장 미혼 부모가 미혼·한부모 혜택을 부정수급하는 걸 막기 위해 사실혼 관계는 미혼 부모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소를 다르게 등록하면 사실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보상·포상금을 내걸고 부정수급 신고 문화를 독려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에 따르면 복지로로 부정수급 신고를 받으면, 각 지자체에서 신고 대상자 공적 자료를 확인한다. 수사가 필요할 시 가정으로 방문하거나, 주변인 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등이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현상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한국은 미혼·한부모에 대한 인식이 자유롭지 않고, 지원 혜택도 매우 높진 않은 상황이라 부정수급을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두 남녀라면 혜택을 따져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상대와 관계가 안정적이지 않거나 혼인신고를 미뤄야 하는 현재 사정이 반영된 일시적 현상”으로 바라봤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미혼모 가정도 힘들지만, 아이를 키우며 사는 건 다른 가정도 모두 힘들다”라며 “그래서 가능한 지원 혜택을 받아내 아이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편적 복지를 통해 많은 가정에 양육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면, 굳이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