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정복’ 한발 더…맥락막총 크기, 인지저하와 연관 [쿠키인터뷰]

문원진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인터뷰

기사승인 2023-12-17 06: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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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정복’ 한발 더…맥락막총 크기, 인지저하와 연관 [쿠키인터뷰]
문원진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맥락막총과 알츠하이머 치매의 연관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뇌 MRI(자기공명영상)로 본 맥락막총의 부피가 클수록 인지저하기능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매 조기 진단에 쓰이는 지표가 새롭게 개발됨에 따라 치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를 진행한 문원진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지장애와 관련해 맥락막총의 영상의학적 특징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연구를 통해 향후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 있어 맥락막총을 새로운 치료 대상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맥락막총은 뇌실에서 발견되는 혈관과 세포의 네트워크로,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액에서 뇌로 가는 면역세포에 대한 일종의 관문이다. 영양분은 뇌 안으로 공급하고, 노폐물이나 독성 단백질은 외부로 유출해 청소(clearance) 기능을 하는 통로가 된다. 뇌척수액을 생산하는 주요 장소기도 하다.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단백질 청소 장애가 발생해 뇌 속 노폐물과 독성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신경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문 교수는 맥락막총이 알츠하이머 치매와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에 돌입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 뇌가 서서히 위축된다. 나이가 들수록 기질 내 섬유화가 온다는 맥락막총 조직 연구 논문에서 실마리를 찾았다”며 “섬유화가 진행되면 겉으로 보기에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맥락막총의 부피와 알츠하이머 치매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원진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정도의 인지저하가 있는 환자 532명을 대상으로 3 Tesla 뇌 MRI 사진을 얻었다. 맥락막총의 기능과 조성을 파악하기 위해 역동적조영증강영상(DCE 영상)을 이용해 조직의 투과도를 측정하고, 다중에코 영상을 획득해 석회화, 철분 등의 조성을 파악하기 위한 자율화 맵을 계산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 스펙트럼 환자에서 뇌 MRI상의 맥락막총 부피가 인지장애 정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맥락막총 부피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서 가장 컸고 그다음은 경도인지장애, 주관적 인지장애 순으로 나타났다. 또 맥락얼기의 부피가 클수록 기억력과 자기통제, 계획 등을 관장하는 광범위한 정신능력인 ‘실행 기능’이 저하됐다. 맥락얼기의 투과성은 경도인지장애에 비해 알츠하이머에서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인지 손상과 맥락막총 부피가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제시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치매 진단에 있어 MRI 역할은 해마의 위축 정도, 혈관성 병변을 감지하는 데 국한돼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맥락막총의 이상을 MR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뇌 MRI상의 맥락막총의 부피를 보고,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치료 가능성도 커졌다. 문 교수는 “맥락막총 부피와 알츠하이머 치매의 인지 손상 관계를 밝힘으로써 치매 조기 진단 도구 개발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됐다”면서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면 조기 치료를 통해 환자의 치료 비용과 치료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소 장애나 신경염증에 대한 새로운 표적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문 교수는 “맥락막총의 변화를 저지해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을 늦추거나 관리하는 방법을 발견한다면 새로운 치료 전략 및 치료제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 성과 100선에 꼽히기도 했다. MRI 사진 너머 환자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쌓인 결과물이다. 문 교수는 “평소 치매 환자의 MRI를 판독하면, 유독 뇌 맥락막총 부피가 커보였다. 문득 ‘맥락막총이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라는 의문이 들어 자세히 들여다보고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영상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게 돼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문 교수의 다음 행보는 이번 연구 결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치매 치료제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뇌 MRI를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지금은 부작용을 예견하기 어렵다”면서 “치료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MR 영상진단 알고리즘을 개발할 계획이다. 치료 부작용이 적은 환자군, 치료에도 불구하고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군을 미리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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