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약 시장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침체 속 청약 수요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와 서울지역에 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의 민간분양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지난 15일까지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은 아파트의 1순위 경쟁률은 평균 3.2대 1로 집계됐다. 반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는 평균 19.5대 1의 1순위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비적용 아파트 대비 6.0배 높은 경쟁률이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낮아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중 분상제 적용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6792만원인 반면 비적용 단지의 분양가는 7275만원으로 483만원 차이가 났다. 분양가상한제란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주택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설정하는 제도다. 현재 투기지역인 서초· 강남· 송파· 용산의 공동주택과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 등에 의무 적용된다.
지난해 규제지역이 대거 해소되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의 비율은 줄고 있는 추세다. 지난 15일까지 1순위 청약받은 민간아파트 총 5만998가구 중 10.5%인 5353가구만 분양가 규제를 받았다. 반면, 지난해엔 전체 분양 물량 12만9342가구 중 29.9%가 분상제를 적용받았고, 2022년에는 31.9%가 분양가 규제를 받았다.
분상제 아파트 희소성이 커지면서 분상제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분상제 아파트 1순위 경쟁률이 비(非)분상제 아파트보다 1.8배 높았다. 2021년에는 2.9배, 2020년에는 1.2배 차이가 났으나 올해는 차이가 6배로 벌어졌다.
실제 올해 1순위 청약경쟁률 평균 442.3대 1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메이플자이’는 분양가 규제를 받은 아파트였다. 이어 평균 407.4대1의 1순위 경쟁률을 보인 충남 아산시 탕정면 ‘아산 탕정 삼성트라팰리스’도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다.
지역별로 청약 시장 양극화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1순위 청약접수한 총 99개 단지 중에서 52개 단지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1대1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약미달된 52개 단지 중 36개 단지(69%)가 지방에서 공급됐다.
반면,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오히려 청약 경쟁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에서 청약을 진행한 단지는 총 6개 단지로 모두 1순위에서 청약 접수가 마감됐다. 올해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은 4.6대 1을 기록해 전년 동기 6.8대 1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서울의 청약 경쟁률은 올해 124.9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6대 1의 2.7배가량 높아졌다.
전문가는 대구 지역 내 입지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분양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라며 “지방이여도 위치가 괜찮은 경우 대기 수요가 꾸준한 편이고 서울도 1순위 평균 경쟁률은 수백대 1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쏠림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입지가 좋거나 수요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지역 위주로 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지역별 양극화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