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여전히 높은 ‘저상버스’

장애인에게 여전히 높은 ‘저상버스’

기사승인 2009-04-19 17: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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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3급 장애인 한동국(27)씨는 19일 오후 3시 서울 신당역 버스 정류장에서 하염 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일반버스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출입구가 좁고, 장애인이 타기 편하도록 문턱을 낮춘 저상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다린지 1시간이 넘어서야 버스가 왔다. 운전기사는 밖을 내다보다 같이 타는 승객이 잠시만 기다리라고 손짓을 해서야 버스를 정차했다. 한씨는 “오늘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버스가 와도 그냥 지나가버려서 실제로 버스를 타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2003년 11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최모(42)씨는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뒤로 몇번 시도를 하다 이제는 버스를 탈 시도조차 않는다. 저상버스가 정류장에 와도 운전기사들은 휠체어를 탄 최씨를 기다려주지 않고 그냥 출발해버리기 일쑤였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2003년 도입한 저상버스가 여전히 장애인들에게 ‘높기만 한 벽’이다. 도입 대수가 터무니 없이 적은데다 기본적인 운전자 교육도 부족해 승차 거부가 비일비재하다.

◇턱없이 부족한 저상버스=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저상버스는 890대로 전체 버스 대비 도입율이 2.9%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은 저상버스를 기다려봐야 오지 않기 때문에 아예 지하철이나 장애인콜택시를 선택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교육국장은 “저상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으레 버스는 장애인이 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뒤늦게나마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저상버스 수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최근 2013년까지 5322억원을 들여 저상버스를 3400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 턱과 저상버스 바닥 높이를 맞추는 등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하다.

서울의 경우 버스중앙차로에 설치된 정류장은 턱의 높이가 일정해 저상버스 이용에 무리가 없다. 반면 일반 버스정류장은 그렇지 않다. 정류장 턱 높이와 땅에서부터 버스 바닥까지의 높이에 차이가 있어 버스 뒷문에 장착된 휠체어 리프트를 정확히 내리기 쉽지 않다. 저상버스의 리프트가 버스정류장 턱과 정확히 맞을 수 있도록 턱의 높이를 일괄적으로 정비해야 장애인들의 불편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백혜련 정책기획실장은 “정류장의 턱 높이가 일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저상버스를 들여왔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운전자 교육=장애인들이 저상버스에 오르려 할 때 운전기사는 버스 뒷문에 있는 리프트를 빼고 직접 휠체어를 밀어넣은 후 버스 안 의자를 접어주는 것까지 서비스해야 한다. 하지만 리프트를 빼주기는 커녕 장애인을 본채 만채하고 출발하는 운전기사가 더 많다.

버스 기사들은 장애인 서비스 교육은 따로 받지 않는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많지 않아 기사들도 리프트 장치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이 때문에 저상버스 기사에 대한 교육을 따로 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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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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