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사흘 만에 또 다시 골을 넣으며 ‘골결정력 컴플렉스’를 극복해 가고 있다. 박지성이 2005년 7월 맨유 입단 이후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지성은 6일 새벽(한국시간)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아스널과의 원정 경기에서 전반 8분 판세를 가르는 선제골로 맨유의 3대 1 승리를 이끌었다. 박지성은 잉글랜드 현지 시간으로 사흘 전인 2일 낮 미들즈브러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도 후반 6분 추가 쐐기골을 넣었다.
잇따라 터진 박지성의 두 골은 맨유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과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다가서는 의미있는 득점이다. 아직 박지성의 골 결정력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으나 최근 예비 엔트리에서조차 제외됐던 박지성이 자신의 한계와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박지성의 최근 골에는 그의 오랜 인내와 선수로서 순명(順命)하는 자세가 담겨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박지성은 평발이다. 평발은 동일한 속도로 계속 걷지 못한다. 박지성의 축구 인생도 그랬다.
박지성은 2005년 7월 맨유 입단 당시 곧장 베스트 11이 될 정도의 선수는 아니었다. 주전들의 빈 자리가 생길 때 기용되는 엄밀히 얘기하면 1.5군 그룹에 가까웠다. 측면 공격수 박지성이 맨유에서 첫 골을 기록한 것도 입단 뒤 5개월이 지난 2005년 12월이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던 2007년 4월 무릎 부상으로 아예 시즌을 접었다. 한창 팀에서 주가를 올려야 하는 시기에 불어닥친 커다란 시련이었다. 박지성은 2007년 12월 말 그라운드에 복귀할 때까지 9개월을 재활에 매달렸다. 인내의 의미를 모르는 선수라면 포기하거나 흔들릴 수도 있는 긴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경기장에 돌아왔지만 이번엔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 골 결정력 문제 때문에 2008년 5월 유럽 챔피언스리그 첼시와의 결승전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마음고생을 겪었다. 이후에도 박지성은 여러 중요 경기 엔트리에서 빠졌으나 한번도 퍼거슨 감독을 탓하지 않았다.
유럽과 남미 선수들은 명단에서 제외되면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감독에게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박지성은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며 본분을 지켰다. 감독과 선수의 순명을 중시하는 박지성의 태도는 주어진 조건에서 인내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를 만들었다.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골결정력 문제를 그는 노력으로 해결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잔인할 정도로 자신을 내치고 단련시켰던 퍼거슨 감독에게 박지성은 2경기 연속 골을 통해 가장 선수다운 모습으로 대답했다. 퍼거슨 감독은 아스널전 뒤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이 맨유 입단 이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5월28일 로마에서 벌어지는) 결승전에서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박지성을 결승전에 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지성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그라운드를 밟으면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가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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