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사회] 김모(33)씨는 19일 오후 서울 종로3가 단성사에서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왔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본 김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단성사 옥상에서 시원하게 펄럭이는 태극기. 김씨는 ‘단성사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극장이라 한국 영화의 상징성을 보이기 위해 태극기를 걸어놨구나’라는 생각에 잠시 뿌듯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태극기를 자세히 본 김씨는 이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태극기가 찢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태극기 모서리에 그려진 건·곤·이·감 가운데 감은 사라지고, 곤도 반만 남겨진 졌을 뿐이었다.
이 찢어진 태극기는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3가 사거리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대형 영화 광고판 바로 위에 있어 누구나 조금만 신경쓰면 볼 수 있을 정도다. 너덜너덜한 걸레처럼 펄럭이고 있는 태극기를 본 시민들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종로3가 사거리에서 만난 김정호(58)씨는 “조금만 신경쓰면 괜찮을 것을... 태극기가 저렇게 찢어진 채 나부끼는 걸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생 전모(22·여)씨 역시 “다른 어느 극장에서도 태극기가 건물 꼭대기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관리를 하지 않을 바에는 게양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고 어이없어 했다.
단성사 관계자는 “재건축 이전 단성사 때부터 태극기가 걸려 있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태극기를 어떻게 관리하는 지 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단성사 측은 뒤늦게 “19일 새로운 태극기를 주문했다”고 해명했지만 태극기는 여전히 무관심 속에 찢긴 채로 펄럭이고 있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국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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