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사회] 지난달 18일 오전 8시 출근길에 나선 이모(54·여)씨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에서 낭패를 봤다.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로 몰리는 순간 누군가 가방에서 지갑을 빼내 달아났다. 황급하게 휴대전화를 꺼내 112로 신고를 했지만 10여분이 지나도록 경찰은 오지 않았다. 체념한 이씨는 그냥 역을 빠져 나왔다.
지하철 범죄가 매년 늘고 있다. 본보가 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에 16일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동안 지하철 범죄는 매년 평균 1600여건이 발생했다. 200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절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역은 종로3가(76건), 신도림(44건), 사당(31건)이었다. 성폭력 사건은 사당(250건), 신도림(230건), 동대문운동장(116건) 순으로 많았다. 폭력 사건은 종로3가(846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신도림(663건), 사당(524건) 순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인력 부족만 탓하며 범죄 예방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4일 오후 6시 서울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 쉴새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내렸다. 그러나 2시간동안 신도림역사 어디에서도 순찰을 도는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신도림역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50만여명으로 이 중 절반이 출퇴근 시간에 몰린다. 신도림역 측은 “출퇴근 시간대에 절도, 성폭력, 폭력 등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오후 8시쯤 신도림역 지하2층에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지하철경찰대 신도림출장소를 찾았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회사원 최경휘(29)씨는 “경찰이 순찰을 도는 모습 만으로도 범죄 억제 효과가 있을텐데 순찰 중인 경찰을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본보 취재팀은 13∼14일 오전 7∼9시, 오후 6∼8시에 신도림역, 사당역, 종로3가역을 확인했지만 역내 어디에서도 순찰 중인 경찰을 볼 수 없었다. 사당역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25만여명, 종로3가역은 36만여명이다. 환승역이고 유동인구가 많아 범죄가 빈번한데도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하철경찰대는 종로3가역의 수사1대, 이수역의 수사2대로 구성돼 있다. 1개 수사대는 4개팀(팀당 4∼5명)이다. 매일 한 팀이 당직에 따른 비번이어서 하루에 많아야 30명이 지하철역 259곳의 승객 1000여만명의 치안을 맡는다.
범죄 예방과 순찰이 주업무인 출장소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사1대 소속 7개 출장소는 강북, 수대2대 소속 7개 출장소는 강남을 맡는다. 출장소 1곳에 파견된 경찰은 4명이다. 2명씩 짝을 지어 교대제로 근무하기 때문에 하루 근무자는 2명 뿐이다. 이들이 맡은 역은 14∼20개다. 범죄 예방은 커녕 범죄 발생 현장에 바로 가기도 어려운 구조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지금의 인력으로 지하철 범죄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이다”며 “인력을 늘리고 비효율적인 순찰 업무를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국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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