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전거도로,교통 체증에 안전성 논란까지

서울시 자전거도로,교통 체증에 안전성 논란까지

기사승인 2009-09-04 16:58:00

[쿠키 사회] “천호대로가 어렵습니다. 최근 천호대교 방면 마지막 차로 하나를 줄이고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출퇴근길 정체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퇴근 시간 교통정보를 알려주는 라디오를 즐겨 듣는 이호영(33)씨는 최근 천호대로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면 라디오를 꺼버린다. 평소에는 길어야 40분이었던 서울 신설동에서 성내동 집까지 퇴근길이 요즘은 1시간을 훌쩍 넘긴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가 시내 주요 간선 도로 88㎞에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차로 하나를 줄여 자전거도로를 만들다보니 교통 체증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담보할 장치는 허술하다.

자전거도로 건설이 한창인 천호대로의 하루 평균 교통량은 15만여대에 육박한다. 왕복 10차로였던 천호대로는 1996년 버스중앙차로가 생기면서 8차로로 줄었다. 최근에는 자전거도로 때문에 신답철교에서 천호대교 방면 차로 하나가 더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교통 체증도 심해졌다.

시민들은 불만이 많다. 조수현(28·여)씨는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차로를 줄여 교통체증을 심화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자전거도로의 명분과 취지는 인정하지만 차로를 줄여 자전거도로를 확보하는 것은 교통 소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은 더 큰 문제다. 서울 답십리3동 신답철교 앞은 차로와 자전거도로를 나누는 안전펜스 설치 작업이 한창이다. 서울시는 자전거도로 이용자를 차량 충돌사고에서 보호하기 위해 신답철교에서 군자교까지는 철제 분리대, 군자교부터는 돌로 만든 분리대를 각각 설치하고 있다.

철제 분리대는 1m 높이의 봉을 세우고 그 사이에 ‘자전거 전용도로’라고 쓰여진 회색 철판을 배치하는 형태다. 유일한 보호장치인 분리대의 두께는 3㎝이지만 속은 비어있다. 두드리면 ‘텅텅’ 소리가 난다. 김 대표는 “분리대 형태에 따라 위험도가 다른데 이 정도로는 안전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돌로 만든 분리대도 문제다. 분리대 높이가 5㎝ 정도여서 자동차가 자전거도로로 넘어가는 걸 막아주기는 역부족이다. 김성준(48)씨는 “벽을 높게 설치하든지 튼튼한 재질로 만들어야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지 않겠나. 지금 상태로는 목숨 내놓고 자전거 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총장은 “서울 율곡로 등 다른 도로에 설치되는 자전거도로도 마찬가지 문제를 보이고 있다”며 “차로나 인도 폭을 줄여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이 교통 소통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조국현 기자
jojo@kmib.co.kr
조국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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