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스포츠] 누구나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미완의 꿈은 한(恨)으로 남기도 하고, 새로운 인생으로 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강정훈(36·사진) 삼성전자 스포츠 마케팅 그룹 과장은 후자에 속한다.
다음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스폰서인 삼성전자의 2012년 런던올림픽 사무소장을 맡아 영국으로 떠나는 그는 스무살까지 농구 선수였다. 휘문고에서 1년 후배 서장훈, 2년 후배 현주엽 등과 함께 농구를 했다. 농구 특기생(포인트가드)으로 고려대에 입학한 그는 1학년이던 1992년 코트를 떠났다. 92학번 동기생인 우지원 김훈 석주일이 연세대 무적함대를 이끌고, 고려대 동기인 전희철 김병철이 주가를 올리던 무렵이었다.
“좁은 농구 코트보다는 탁 트인 세계로 나가고 싶었어요. 늦게(고 1 때) 농구를 시작해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었구요. 농구 그만둔 뒤 독한 마음 먹고 도서관에 갔는데 적응이 안돼 숨이 턱 막히더군요.”
안되겠다 싶어 군대부터 다녀온 강씨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몇 년간 국내 보험회사 직원으로 일한 뒤 2003년 세계 경제의 중심 뉴욕으로 떠났다. 미국의 명문 뉴욕대(NYU)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는 동안 농구의 올 코트 프레싱(전면 강압 수비)처럼 학생들을 압박하는 과제물과 발표 때문에 원형탈모증에 걸리기도 했다. 뉴욕대 석사를 마친 강씨는 2005년 삼성그룹의 해외인재 채용 프로젝트에 응시해 입사했다.
강씨는 삼성에서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만 근무하며 2008 베이징올림픽, 2009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삼성을 스폰서로 두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관련 업무를 도맡았다. 지난주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대회 장소인 샌디에이고에서 삼성의 현장 실무 책임자로 외국인 파트너들과의 업무를 우아하게 처리해 호평을 받았다.
런던에서는 새로운 세상이 기다린다. 강씨는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LOCOG), 맥도날드·코카콜라 등 IOC 공식 스폰서 기업들과 함께 스포츠 마케팅의 백미 올림픽을 준비한다. 런던 현지에서 영국인 직원들도 새로 고용해 삼성의 런던올림픽 글로벌 팀을 이끌게 된다.
“농구 선수로는 실패했죠. 하지만 코트에서 참된 스포츠맨십을 배웠습니다. 세계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이 되고 싶습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면 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한국 스포츠계에서 강씨의 도전은 빛을 발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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