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적으로 보면 인류 공통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올림픽 정신보다 개최국 캐나다 선전에 치중했고, 올림픽 개막식 최고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 등 공연 예술적 측면에서도 고만고만했다는 의견이 많다.
13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BC 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온통 캐나다를 강조하는 무대였다. 어느 나라든 올림픽 개막식에서 어느 정도 자국을 알리는 것은 용인되지만 캐나다의 경우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
캐나다가 국가 형태로 만들어지기 이전에 캐나다 땅에 살았던 4개 부족 이야기를 장황하게 이어갔다. 캐나다를 상징하는 단풍잎이 개막식장을 뒤덮기도 했다. 개막식 내용을 갑작스럽게 바꿀 수는 없지만 이날은 그루지야 루지 선수가 연습 도중 사망한 사건까지 있었기 때문에 캐나다 선전에 치중하는 흐름이 큰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개막식 마지막 행사는 올림픽 성화 점화였다. 관심사항이었던 성화를 최종 전달받은 사람은 캐나다 아이스하키 영웅 웨인 그레츠키였다. 그레츠키와 캐나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르메이 도안, 미국프로농구(NBA) 명가드 스티브 내시(피닉스 선즈), 전 캐나다 스키 국가대표 출신인 낸시 그린 등이 동시에 성화대에 점화했다. 성화대는 다소 얇은 성화대 3개에다 와인잔 모양의 성화대 1개가 추가돼 총 4개로 만들어졌다.
경기장 바닥을 영화 스크린처럼 사용한 최신 영상 기법 등 몇 가지 기술적 측면은 눈에 띄었으나 이것 역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월등히 넘어서는 수준은 아니었다.
개막식장에서 만난 로이터통신 기자는 “평범하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정도의 개막식이었다”고 평가했다. 밴쿠버=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