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기자의 밴쿠버 엽서] 김연아 家風은 평정심

[이용훈 기자의 밴쿠버 엽서] 김연아 家風은 평정심

기사승인 2010-02-27 20:56:00
[쿠키 스포츠] 오늘 김연아(20·고려대) 아버지 김현석(53)씨를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만났습니다. 따로 인터뷰를 한 건 아니고, 경기장내 담배피우는 곳에서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김씨는 이날 오랜만에 가족 동반 외출을 했습니다. 김연아 그리고 부인 박미희(51)씨와 함께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습니다.

어제(26일·이하 한국시간) 딸이 올림픽 금메달을 땄는데도 김씨는 차분했습니다. 김연아가 극도의 긴장감을 이기고 올림픽 무대에서 평화롭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게 아빠 성격을 물려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씨는 먼저 말을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딸이 대단한 일을 했다는 식으로 자랑하지도 않았습니다. 물으면 답하고, 아니면 가만 있는 그런 스타일이었습니다.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김씨는 “오늘도 연아와 함께 있지 못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김연아는 한국 선수단 방침에 따라 이날 밴쿠버 선수촌에 입촌했습니다.

어제 금메달로 더 유명세를 타게 된 김연아 안전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봐 한국 선수단이 내린 결정입니다. 김연아도 선수단 일원이기 때문에 대한체육회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계약직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49) 코치도 선수촌에 들어갔습니다.

김씨는 김연아가 오는 2일 한국으로 잠깐 귀국하는 것에 대해 “당연히 그래야지요. 국민들께서 얼마나 응원해주셨는데요”라고 했습니다.

원래 김연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훈련 장소인 토론토로 돌아갈 예정이었습니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세계선수권대회(이탈리아 토리노) 출전을 위해 다시 연습에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 김연아는 캐나다 국내선 비행기표까지 예매해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딸이 1위 성적 하나를 추가하는 것보다는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듯 했습니다. 김연아는 2일 한국 선수단 깃발을 들고 인천공항에 입국해 국민 환영 행사 등을 마친 뒤 3일 토론토로 이동합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입니다.

김씨는 지난 23일 이곳 밴쿠버로 혼자 왔습니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연아 언니는 밴쿠버로 오지 않았습니다. ‘김연아’ 이름 석 자면 모든 게 다 통하는 한국이지만 김연아 언니는 회사에 동생 응원가겠다고 휴가를 내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걔(김연아 언니)는 원래 자기 신상 문제 때문에 아쉬운 소리를 하는 성격이 아닙니다”라고 했습니다.

김씨를 만난 뒤 ‘김연아 가족은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연아가 그 엄청난 올림픽 금메달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평소처럼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이 가풍(家風) 덕분은
아니었을까요. 퍼시픽 콜리세움(밴쿠버)=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
이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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