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행정관이 홀로 ‘첩보작전’ 같은 일처리를 할 때 부지 계약 주체인 시형씨는 경북 경주에 머물며 사실상 ‘구경꾼’ 역할만 했다.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24일 사저 부지 거래 당시 농협 청와대지점 지점장 이모씨를 소환해 대금 송금, 대출 과정 등을 조사했다.
특검팀 등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5월 26일 이씨를 찾아가 “돈을 송금할 데가 있다. 직원들이 알아서는 안 된다. 밖으로 나가서 아는 데에 (돈을) 넣자”고 요청했다. 두 사람은 차량으로 10분 거리의 농협 종로지점으로 이동했다. 김 전 행정관은 5만원권 다발 1억원을 꺼내 시형씨 명의로 땅 주인 유모(57)씨에게 무통장 입금을 했다. 땅값 11억2000만원 중 계약금 명목이다.
이씨는 특검 조사에서 “1억원의 용도도 모른 채 송금했다. 청와대가 시형씨 이름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전 행정관은 송금 위임장 등 관련 서류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지만 은행은 일단 1억원을 송금하고 며칠 후 서류를 보완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보고법(일명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시형씨는 다음달 15일 어머니 김윤옥 여사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6억원을 대출받은 과정에서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점장 이씨가 직접 KTX를 타고 경주 다스 본사에 있는 시형씨를 찾아가 대출 서류에 서명을 받아 왔다고 한다. 잔금 처리일인 같은 달 20일 김 전 행정관은 시형씨 통장과 인감, 1만원권으로 총 4억5000여만원을 싸들고 농협 청와대지점을 방문했다.
그는 현금을 시형씨 명의 통장에 넣은 뒤 대출받은 6억원과 합쳐 잔금 10억2000만원을 계좌이체했다. 3000여만원은 취·등록세, 등기비용 등으로 쓰였다. 결국 시형씨는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 집에서 6억원을 꺼내 청와대에 가져다 놓고, 농협 지점장이 가져다 준 계약서에 서명하는 역할만 한 셈이다.
한편 지난 15일 중국으로 출국했던 이 회장은 이날 오후 1시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특검팀은 이 회장과 부인 박모씨를 이번주 중 소환할 방침이다. 이창훈 특검보는 25일 소환되는 시형씨에 대해 “가급적 1회 조사로 마치려 한다. 절차 문제에서는 예우하겠지만 조사 내용의 예우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