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룽시 공안국 명의 사실확인서 위조 전모=국정원의 증거 위조는 대공수사팀 기획을 담당했던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이 중국내 협조자를 통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허룽시 공안국 명의 출·입경기록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김 과장은 검찰 공소유지팀이 내사과정에서 확보한 출·입경기록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자, 지난해 10월 권모 과장(수사·공판지원 담당) 등과 함께 내부회의를 열었고, 이때 중국내 협조자를 통한 문서 입수를 계획했다.
그러나 검찰이 김 과장이 건넨 출·입경기록의 신빙성을 의심해 허룽시 공안국에 사실확인서를 요청하기로 하자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국정원의 증거위조는 이 때부터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김 과장 등은 검찰의 공문이 ‘대검→선양 총영사관→허룽시공안국→선양 총영사관→대검’ 형태로 정식 발송된 흔적을 만들기 위해 작전을 짰다. 김 과장은 이인철 선양 총영사관 영사에게 “검찰이 보낸 공문을 직접 허룽시 공안국에 팩스로 발송하되 허룽시 공안국 내부 협조자에게 팩스 발송시간을 알려줘 책임자가 공문을 받아보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김 과장은 협조자에게 사실확인서 공문 위조를 지시한 뒤 허룽시 공안국이 발송한 것처럼 선양 영사관에 팩스를 발송하도록 했다.
김 과장은 그러나 실제 위조된 사실확인서를 국정원 수사팀 사무실에서 발송했다. 김 과장은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10시20분쯤 국정원 사무실에서 중국 웹팩스 업체 ‘엔팩스24’에 접속해 허룽시 공안국 명의 사실확인서를 선양 영사관에 팩스로 발송했다. 김 과장은 이 영사에게 “허룽시 공안국에서 오전 10~11시쯤 사실확인서 공문이 발송될 예정이니 받는 대로 대검에 회신하라”고 공문 받는 시간까지 지정해 줬다. 김 과장은 팩스 발신 번호가 잘못 기재되자 허룽시 공안국 대표 번호로 재차 문서를 송부한 뒤 검찰 제출을 지시하기도 했다.
◇싼허변방검사참 문서 위조 직접 지시=김 과장은 지난해 12월 6일 항소심 3차 공판에서 ‘유씨가 (북한 보위부에 포섭됐다는) 2006년 5월 27일~6월 10일 두 번 입국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싼허변방검사참 명의 정황설명서가 증거로 제출되자 다시 증거 위조를 계획했다.
김 과장은 이튿날 김씨를 불러 “유씨측 문서가 사실과 다르다는 답변서를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김씨가 “싼허변방검사참에서 그런 문서를 받을 수 없으니 가짜로 만들어 오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하자 김 과장은 “중국에서 문제가 될 리 없으니 걱정 말라”고 당부까지 했다.
김 과장은 답변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을 알려줬고 김씨는 이를 종이에 적어 중국으로 건너갔다. 김씨는 김 과장 지시대로 답변서를 작성했고 중국인 위조업자에게 관인 제작을 의뢰했다. 김 과장은 김씨로부터 “위조업자가 수수료로 740만원(4만위안)을 요구하는 데 가능하냐”는 문의를 받고 “그대로 진행하라”고 승낙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과장은 위조된 사실확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이 영사에게 영사확인서 작성도 지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