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는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최모(51)씨와 남모(39) 디지텍시스템스 경영지원본부장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2011년 말 터치스크린 제조업체 디지텍시스템스 전 대표인 이모씨가 회사를 매각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자본 인수를 계획했다. 이씨 지분을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해 회사 인수자금을 마련한 뒤 회삿돈을 빼돌려 빚을 갚는 방식이다. 최씨가 회사 인수를 위해 빼돌린 돈은 170억원이나 됐다. 최씨는 같은 방식으로 디지텍시스템스 자금 110억원을 빼돌려 지난해 4월 휴대전화 배터리 제조업체 엔피텍까지 인수했다.
최씨는 회사를 손에 넣자 갖은 수법을 동원해 공금을 가로챘다. 물품 구매대행업체를 설립한 뒤 대금을 과다계상해 지급하거나 회사가 대여금을 지급한 것처럼 거래를 꾸몄다. 협력업체와 인력 공급 계약을 맺은 것처럼 거래를 가장했고 자신이 따로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부실채권을 인수기업에 양도해 회삿돈을 횡령하기도 했다. 최씨가 공범들과 함께 빼돌린 금액은 모두 671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최씨 등이 삼성전자 매출채권을 위조해 1720만달러(한화 180억원 상당)를 사기 대출받았다며 한국씨티은행이 고발한 건도 수사 중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디지텍시스템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1차 벤더 사업자로 최씨가 인수할 당시 주가가 1만2000원대였지만 2년 만인 지난 2월 2120원으로 쪼그라들며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엔피텍 역시 직원이 1000여명에 달하고 매출액이 2000억원에 이르는 우량기업이었지만 인수 6개월 만에 부도가 나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엔피텍은 지난 3월 전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