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가정폭력 평생 ‘마음의 병’ 된다

데이트 폭력·가정폭력 평생 ‘마음의 병’ 된다

기사승인 2019-09-16 10:35:52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처가 피해 여성에게 평생 정신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5년 인구총조사에 따라 전국 23개 지역에서 나이·교육 수준·직업·결혼·소득 등에 따라 대표성을 갖춘 18세 이상 국내 거주하는 여성 3160명을 정신질환진단도구(K-CIDI)를 활용해 인터뷰를 진행해 분석한 결과, 이와 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터뷰에 응한 여성 가운데 한 번이라도 배우자나 연인 등으로부터 물리적 폭력이나 성폭력 등 피해당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사람은 모두 47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피해 여성과 피해받지 않은 여성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을 분석해 상대적 발병 위험을 비교했다.

데이트 폭력·가정폭력으로 인한 정신장애 유병률을 국가적 규모로 조사 보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결과 피해 여성의 상대적 위험 발병률이 폭력의 형태나 종류에 상관없이 정신장애로 분류된 영역 대부분에서 높았다.

물리적 폭력 피해 여성의 경우 여러 정신장애 중 하나라도 발병할 위험이 3.6배, 성폭력 피해 여성은 14.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장애 종류에 따라 상대 위험도가 높은 5개 질환으로 범위를 좁히면 물리적 폭력 피해 여성은 광장공포증과 강박 장애 위험이 피해받지 않은 여성보다 8배 더 높았다.

성폭력 피해 여성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경우 평생 발병위험이 32.4배, 강박 장애는 27.8배, 니코틴의존증 22.4배, 광장공포증은 19.6배로 피해를 당하지 않은 여성과 확연하게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거나 피해당했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홀로 병을 키우고 있는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면서 “마음의 상처는 평생에 걸쳐 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여성정신건강학보(Archives of Women's Mental Health)’ 최근호에 실렸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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