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을 추천한 의사가 안경을 쓰고있다 [그랬구나]

라식을 추천한 의사가 안경을 쓰고있다 [그랬구나]

[그랬구나]는 건강한 생활을 위한 일상 속 궁금증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기사승인 2022-07-30 07:00:01 업데이트 2023-07-24 09:58:03
이혜영 디자이너

라식·라섹 수술은 안경을 벗고 새삶을 시작하는 전환점의 상징이다. 수능이 끝난 고3, 취준생활을 청산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수요가 높다. 수술한 사람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주변 친구들에게 권한다. 하지만 왠지 그 친구를 수술해준 의사는 안경을 쓰고 있다. 그렇게 좋다는데, 굴지의 대기업 회장님들도 안경을 쓰고 있다.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소문만 무성한 시력교정술의 부작용,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호기심을 해소했다. 시력교정술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술 및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행한다. 이를 고려해 △김태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황성하 가천대 길병원 안과 교수 △고경민 김안과병원 각막센터장 등 3인의 눈 척척박사에게 물었다.

“라식은 구식, 라섹은 최신이라는데, 우열을 가릴 수 있나요?”
고 센터장: 우열은 없습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더 적합한 수술을 하는 거죠. 라식은 각막을 얇게 절개해 ‘절편’이라는 뚜껑을 만들고, 뚜껑을 열어 각막 안쪽에 레이저를 조사한 다음에 뚜껑을 닫는 수술입니다. 라섹은 각막 상피를 제거한 후, 각막 가장 위쪽을 레이저로 깎은 뒤 보호용 콘택트렌즈로 덮어주죠. 라식은 덜 아프지만 외부 충격에 취약해요. 라섹은 더 아픈데 충격에는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가장 최신의 수술은 ‘스마일라식’인데, 이건 각막 절개를 최소화한 방법이라 라식·라섹보다 덜 아프고 회복이 빠릅니다. 참고로 안과에서 공식적인 수술은 라식·라섹·스마일라식 3개뿐입니다. 광고에서 흔히 보이는 ‘클리어’ ‘패스트’등의 수식어가 붙은 수술도 특별히 다른 것이 아닙니다.

“나이 들면 어떤 부작용이 튀어나올 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김 교수: 어느정도 사실입니다. 타고난 각막의 모양을 인위적으로 바꾼 것이니, 수술을 하지 않은 사람과는 차이가 있어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백내장 수술 시 정확한 검사 결과를 얻기 까다로워질 수 있죠. 신경이 더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차이는 없습니다. 
황 교수: 많이 들어본 소문이네요. 시력교정술이 역사가 길지 않은 수술이라고 해도 이미 30년은 훌쩍 넘는 기간 전세계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국내외에서 검증된 임상 데이터가 축적된 수술이니, 크게 걱정할것 없습니다. 

“눈이 작아서 수술을 못할 수도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김 교수: 미안하지만 그렇습니다. 라식 수술의 경우 각막 절편을 뜨려면 눈이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는 틀을 눈꺼풀 안쪽으로 끼워넣어야 해요. 사람의 안구, 그러니까 쉽게 말해 눈알의 크기는 다 비슷해요. 하지만 간혹 눈을 뜰때 눈꺼풀이 트여있는 부분이 정말 단추구멍같은 사람도 있잖아요. 틀을 끼울 수 없을 정도로 작다면 라식은 어렵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이런 경우 라섹은 할 수 있어요.
고 센터장: 눈알의 크기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눈알이 너무 작아도 수술을 하기 곤란할 수 있습니다. 눈의 앞쪽인 각막부터 뒷쪽인 망막까지 길이가 짧은 경우죠. 라식이든 라섹이든 멀리 있는 물체가 잘 안 보이는 근시를 교정하는 수술인데요. 눈알의 앞뒤 길이가 너무 짧으면 각막을 깎고 빛이 들어오는 굴절률을 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콘택트렌즈를 오래 착용한 사람은 수술을 못하나요?”
김 교수·황 교수·고 센터장: 오래 착용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잘못 착용하는 게’ 문제입니다. 콘택트 렌즈를 끼고 주무시지 마시고, 청결하게 관리하시고, 착용 시간을 준수하세요. 잘못 착용했을 때 발생하는 안구건조증, 염증, 신생혈관 때문에 수술이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수술에 유리한 연령대가 궁금합니다”
고 센터장: 수술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20대인데, 실제로 이 연령대에 수술하는 것이 가장 이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라식·라섹은 근시를 교정하는 수술입니다. 그러니 노안이 오기 전까지 수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지요. 참고로 노안은 가까이 있는 물체를 보기 불편해지는 원시입니다. 라식·라섹을 하고 안경을 벗었는데 금방 노안이 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돋보기를 쓰게될 수 있습니다. 42~43세에도 노안이 시작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황 교수: 청소년들은 당연히 수술을 할 수 없습니다. 교과서적으로 눈의 성장이 끝나는 연령은 만 18세에서 19세이기 때문에 그 전에는 안경을 착용하고 지내세요. 그 이후로는 개인의 선택이니 30~40대라고 해서 절대로 라식·라섹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 받기 좋은 계절도 있나요?”
황 교수: 그런 것은 딱히 없습니다. 병원에서 할인할 때 가시면 좋겠군요. 의사의 주의사항대로 관리를 잘 한다면 계절이 덥거나 추워서 해로울 것은 없습니다. 
고 센터장: 여름만은 피하기를 추천해요. 수술 후 가장 강조하는 주의사항은 ‘건드리지 말라’입니다. 여름에는 세수도 자주 하고, 땀이 눈에 들어갈 수 있으니 수술 후 관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실내에서 에어컨을 켜고 가만히 지내면 상관 없겠습니다.

“실례지만... 선생님은 안경을 쓰시나요?”
김 교수: 아니요.
황 교수: 네.
고 센터장: 아니요.

“왜죠?”
김 교수: 라섹을 했습니다. 안과 의사들도 졸국(레지던트 수료)하거나 개원하는 기념으로 수술해요. 안과 의사들은 정작 수술 안 한다는 소문은 실제가 아닙니다.
황 교수: 각막 기증을 신청했기 때문에 시력교정수술을 받을 수 없습니다. 수술받은 각막은 기증할 수 없거든요. 
고 센터장: 저는 원래 눈이 좋습니다. 하지만 시력이 좋지 않은 의사들도 안경을 좋아하면 굳이 수술하지 않습니다. 안과 의사라고 다 라식·라섹 해야 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성형외과 의사들은 어떡하죠. 

“대기업 회장님들은 왜 모두 안경을 쓸까요?”
김 교수: 글쎄요. 다만 시력교정수술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서’ 피하는 것이라는 추측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황 교수: 시력을 교정하는 수술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달렸어요.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면 굳이 수술을 할 필요가 없죠.
고 센터장: 회장님들의 나이가 이미 지긋하셔서 수술의 이득이 크지 않습니다. 직업이나 지위의 영향도 있을 거예요. 아나운서, 승무원, 캐디 등 안경을 착용하기 어려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수술을 고려하거든요.

그랬구나. 안과 의사도 새삶을 기념하며 라식·라섹을 한다. 안경을 쓴 의사는 안경을 좋아하는 멋쟁이거나, 생명나눔을 실천 중이다. 대기업 회장님의 안경에 이의를 제기할 용감한 자는 없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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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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