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계가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회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장외집회에 나섰다.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국민 피해가 이어졌지만 이 자리에서 사과는 나오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의협이 주최하는 대형 집회가 열린 건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사직 전공의, 의대생, 개원의, 의대 교수 등 의협 추산 1만5000명이 모였다.
최정섭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전공의, 의대생의 저항은 대한민국 선진의료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그 신념은 틀리지 않았다”며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한다. 14개월간 거리에서 싸운 이들에게 비난보다 격려를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의료정책 추진의 가장 큰 책임자인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의사를 악마화 한 다른 책임자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잘못된 의료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책임자를 문책하고, 환자를 돌본 적 없는 의료 사회학자 및 관료들이 아닌 임상전문가와 의료정책을 논의하라”고 요구했다.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여러분의 용감한 결단과 희생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교수를 대표해서 사과드린다”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조 회장은 “각 정당 선거대책본부는 의사를 때리면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대선 후보자를 세뇌시키지 말라. 의사를 때리면 대한민국이 병들게 된다”면서 “전국에 명의가 있는 나라는 정부, 국회,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출범한 의협 대선기획본부는 “정부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의료계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것”이라며 의료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처음부터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김창수 의협 대선기획본부 공약연구단장은 “정부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의대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회의록이 없었고, 의료계와 수없이 논의했다고 했으나 논의한 사람이 없다”면서 “이제라도 증원 결정 과정에 대해 솔직하게 국민 앞에 고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단장은 “잘못된 의료정책은 수많은 환자와 의료인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 숙의와 협력의 과정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정책에 이러한 과정이 있었나. 진단을 잘못한 정책의 결과는 실패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신뢰를 저버렸고 국민과 환자, 의사의 관계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합의와 통합의 과정이 신뢰를 만들고, 서로간의 신뢰가 정책의 성공을 담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