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스테이블코인 ‘스타트’ 끊을까…‘규제 마련’ 관건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스타트’ 끊을까…‘규제 마련’ 관건

기사승인 2025-04-25 06:00:08
쿠키뉴스 자료사진.

은행권을 필두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발행을 추진한다. NH농협은행을 중심으로 모인 은행들은 코인 발행에 발 빠르게 나서 민간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규제 공백은 향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는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Sh수협과 금융결제원이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신설했다. 우선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은행 간 코인 발행 방식을 논의하고, 대선 이후인 7~8월쯤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을 통해 은행 공동 발행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화폐다. 테더(USDT)나 USD코인(USDC) 같은 달러 연동형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국내외 결제 혹은 해외 송금 수단으로 사용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글로벌 지급결제 시장을 장악했다. 2343억 달러(약 333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에 거래 규모는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를 넘어선 상태다. 이에 은행, 자산운용사, 핀테크 기업은 물론 주요국도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들은 안정적 자금조달 및 수익성 확보를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서두르는 모양새다. 향후 스테이블코인 등의 디지털 화폐 사용이 보편화되면 은행 예금은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은행이 직접 발행에 나설 경우 자금을 내부에 머물게 해 예금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더불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환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도 용이하다.

은행들은 개별로 나서기보다는 공동발행을 추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오픈블록체인·DID협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직접 발행 주체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은행끼리 공동 인프라를 만드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개별로 코인 발행을 추진하면 글로벌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발행 방식은 스테이블코인 유통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스테이블코인은 현금화보다 결제·송금용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 공동 발행 방식을 채택하면 코인 거래 시 매번 청산·결제를 거치지 않고, 현금화 요청 전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시중에서 순환이 가능한 시스템이므로 어느 은행에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동 발행이 효율적”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화폐 용도로 자리 잡으려면 일회성보다 지속적 유통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은행권의 선제적 움직임에 당국 차원의 규제책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은 자금세탁 등과 같은 불법자금거래에 취약해 규제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금융위원회는 규제 공백을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가상자산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와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수립 등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규제가 선행돼야 발행 등의 과정이 후행할 수 있는 것”이라며 “2단계 입법 논의는 계속되고 있고 하반기 중 구체적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다인 기자
daink@kukinews.com
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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