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11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지방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 일환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에 나선다.
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주택 통계’에서 전국 악성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5.9% 증가한 2만511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8월(2만6453가구) 이후 11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수도권은 4574가구로 전월(4543가구) 대비 31가구(0.7%) 소폭 늘었다. 서울(1679가구→1650가구)과 인천(652가구→644가구)은 감소했지만 경기(2212가구→2280가구)는 증가했다.
지방은 2월 1만9179가구에서 2만543가구로 한달 만에 1364가구(7.1%) 증가했다. 경남이 2459가구에서 3026가구로 567가구(23.1%) 늘었고 충남도 1157가구에서 1376가구로 219가구(18.9%) 급증했다. 강원(11.6%), 경북(8.5%), 부산(7.8%), 대구(6.0%), 세종(5.5%)도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상승폭이 컸다.
전국의 3월 말 미분양 주택은 총 6만8920가구로 전월보다 1.6% 감소했다.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1만6528가구로 전월 대비 6.1% 감소했고 지방은 5만2392가구로 0.1% 감소했다.
장기화된 지방 건설 경기 침체에 지역 건설사는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8일 시공능력평가 96위(지난해 기준)이자 충북 지역 1위 건설사인 대흥건설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 외에도 올해 초부터 △대흥건설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저건설 △안강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삼정기업 △벽산엔지니어링 △이화공연 등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이미 문을 닫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100여 일간 종합건설업체 기준 171곳이 폐업을 신고했다. 하도급(전문건설) 업체까지 더하면 총 1002곳으로 하루에 10곳씩 문을 닫은 셈이다.
정부는 준공 후 미분양 해소를 위해 LH를 통한 직접 매입 계획을 밝혔다. LH가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간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해 매입 신청을 받은 결과, 총 58개 업체가 3536가구에 대해 매입을 신청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매입 규모(3000가구)보다 많은 수준이다. 매입 신청한 주택을 지역별로 나눠 보면 부산이 783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 564가구, 경남 531가구, 충남 383가구, 대구 286가구 순으로 뒤이었다.
LH는 내달 신청주택에 대해 서류 검토 및 현장 실태조사를 한 뒤 6월 중 매입심의를 통해 매입적격 주택을 선별할 예정이다. 매입심의를 통과한 주택은 매도희망가격 검증 절차를 거쳐 매입 절차를 진행한다.
매입심의를 통과한 주택이라도 매도희망가격이 매입상한가를 초과하면 매입대상에서 제외돼 LH가 실제 매입하는 주택 수는 오는 6월 말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매입한 주택은 시세의 90% 수준 임대료로 6년간 거주하다가 분양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분양전환형 든든전세’로 활용된다.
업계는 정부 매입 규모 대비 많은 신청은 지방 건설 경기 악화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LH 관계자는 “매입 목표보다 많은 신청이 들어온 것은 건설업계 상황이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현재 매도 희망 가격 정도만 접수받아 추후 매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LH 매입은 시세 대비 싸게 매입을 하는데도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몰린 것은 시장에서 분양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 분양이 어렵고 위험에 노출된 사업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LH가 매입하는 금액에 따라 시장 공급되는 임대료 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