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지주가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금융당국이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하면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제8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우리금융의 동양생명보험 및 ABL생명보험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리금융지주가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계획·중장기 자본관리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이행실태를 2027년 말까지 반기별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도록 부대조건을 달았다. 금감원은 이행실태를 점검해 연 1회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는 “만약 우리금융이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융지주회사법 57조에 따라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며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주식처분 명령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를 결의하고 중국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동양생명(75.34%) 1조2840억원, ABL생명(100%) 2654억원에 인수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15일 우리금융지주가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승인을 신청한 이후 4차례 안건검토 소위원회에서 자회사 편입 승인 요건 충족 여부를 심사했다.
보험사를 품게 된 우리금융 앞에는 ‘내부통제’와 ‘자본비율’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따르면 지주사는 종합평가등급 2등급 이상을 받아야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다. 우리금융은 최근 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다.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730억원 불법 대출을 비롯해 2000억원대에 달하는 부당대출, 사고 이후 보고·수습 등 과정에서 내부통제 실패가 발견된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
다만 3등급 이하여도 자본금 증액 등 일정 요건을 충족했다고 금융위가 인정할 경우, 조건부로 인수를 허가할 수 있다. 2004년에도 우리금융의 경영 실태 평가가 3등급이었지만 조건부로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 준 사례가 있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으로 우리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강화 전략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비은행 계열사 인수는 우리금융의 숙원 사업이었다. 다른 주요 은행지주와 비교해 은행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615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5.3%(2084억원)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순이익은 63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9.8%(1564억원) 줄었지만 그룹 전체 순이익을 넘는다. 반면 KB금융은 1조6973억원, 신한금융은 1조4883억원, 하나금융은 1조1277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냈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취임 직후부터 비은행 계열 강화를 강조해 왔다. 지난해 5월 한국포스증권 인수한 데 이어, 8월에는 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을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이어 같은 해 8월 동양·ABL생명보험을 1조5493억 원에 패키지 인수하기로 했다.
종합금융그룹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춘 우리금융은 자회사 편입 등록과 통합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오는 7월 초 동양·ABL생명 양사 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고, 자회사 편입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동양·ABL생명의△규정 체계 △재무·회계 △리스크 관리 △준법감시 △금융소비자 보호 △전산 시스템 전반에 걸쳐 우리금융그룹의 경영관리 체계를 적용하고 그룹 자회사로서의 운영 기반을 정비해 나갈 방침이다.
임 회장은 금융위 결정 직후 서한을 통해 “아직 최종 마무리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며 “그룹사 모두 그간 준비해온 여러 과제들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여, 자회사 편입 이후 협업 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미리 빈틈없이 준비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번 결정은 내부통제, 재무구조 등 우리금융의 혁신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인 만큼, 인수 이후에도 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로 순이익 10%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5일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인수가 완료될 경우 최종 재무 역량은 여러 가지 금융 환경 변화나 상황에 따라서 변동될 수 있지만, 그룹 자본 비율 영향은 크지 않으면서 현재 당사 당기순이익의 약 10% 수준 증액과 약 1%포인트(p) 수준의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