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남긴 사진 한 장, 훗날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까 [신간]

페북에 남긴 사진 한 장, 훗날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까 [신간]

AI와 전통의 만남…디지털 시대, 문화유산의 의미를 다시 묻다

기사승인 2025-05-07 17:38:54
커뮤니케이션북스 제공  

페이스북에 남긴 일상의 사진 한 장, 친구와 나눈 댓글, 짧은 영상과 음악들. 지금은 사적인 디지털 흔적이지만, 먼 미래에는 그것이 하나의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과 문화유산. 얼핏 거리가 먼 두 개념은 이제 ‘지속 가능한 기억’을 위한 동반자가 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이종욱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AI와 디지털 헤리티지』에서 이 같은 융합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AI 기술이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어떤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지, 또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새로운 책임은 무엇인지를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책은 디지털 전환 시대, 문화유산이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넘어 ‘지능형 콘텐츠’로 재탄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건축유산의 경우, 3D 스캐닝과 디지털 트윈, Scan-to-BIM 기술이 실제 복원 작업에 적용되고 있으며, 고문서 해독과 고고학적 분석에도 AI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무형유산 분야에서는 음성 인식과 모션캡처, 볼륨메트릭 기술을 활용해 전승 과정을 정밀하게 기록하고 시각화한다.

이 교수는 다년간 문화유산 디지털 프로젝트를 이끌며 국내외에서 문화유산 복원과 디지털 아카이빙을 실천해 온 전문가다. 이집트 ODA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제용역, 국내 연구재단 과제 등에서 책임연구자로 활동했고,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책에는 시리아 팔미라, 말리 팀북투,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와 같은 국제 복원 사례부터 한국이 추진하는 해외 문화유산 보존 사업까지 다양한 현장이 담겼다. 저자는 “AI는 기술일 뿐 아니라 새로운 윤리적‧사회적 논의를 요구하는 철학적 도전”이라며, 데이터 왜곡, 딥페이크, 디지털 격차 같은 문제에 대한 경계도 함께 강조한다.

이 책은 문화유산 연구자와 기술자뿐 아니라, ‘내가 남긴 디지털 발자국도 언젠가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묻는 일반 독자에게도 깊은 사유를 건넨다. 디지털이 일상이 된 시대, 문화유산은 박물관 유리벽 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남기는 오늘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내일의 유산이 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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