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전 나란히 출격한 휴머노이드 로봇 ETF 3종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상호관세 여파로 미국 증시에 한 달간 급격한 변동성이 나타났지만, 신성장 산업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일 마감 기준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 ETF’가 최근 약 한 달간 10.24%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화자산운용의 ‘PLUS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액티브 ETF’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휴머노이드로봇 ETF’ 수익률은 각각 8.93%, 8.51%다. 약 한 달 새 세 개의 휴머노이드 ETF 상품에 총 522억7800만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달 15일 나란히 상장한 세 상품 모두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동일 테마를 기반으로 하지만 투자 전략과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 점이 수익률 격차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운용의 KODEX 미국휴머노이드로봇은 테슬라, 엔비디아, 아마존 등 미국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심으로 구성된 빅테크 중심 패시브 전략을 택했다. 한화운용의 PLUS 글로벌휴머노이드로봇액티브는 글로벌 부품 공급망 기업을 폭넓게 담은 액티브 상품이다.
반면 KB운용의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 ETF는 미국 상장 종목만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응용기술 세 축에 걸쳐 고르게 종목을 편입하는 전략을 택했다.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키워드 분석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연관도가 높은 종목을 추출하고, 각 분야별로 균형있게 7개 종목씩 구성하는 방식이다.
강신영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 수석은 “RISE ETF는 미국 상장 주식에만 투자하며, 휴머노이드 산업의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와 어플리케이션 분야까지 고르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며 “관세 이슈로 조정을 받았던 미국 빅테크 주식이 최근 반등에 성공하면서 테슬라, 엔비디아 등 주요 편입 종목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크웰오토메이션,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한 오로라 이노베이션, 지능형 자동화 솔루션을 보유한 지브라 테크놀로지 등도 1분기 실적 호조와 함께 강세를 보이며 펀드 성과에 고르게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분산 투자가 특징적이다. 우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제조한 테슬라를 가장 높은 비중으로 가져가고 있다. 비중은 11.01%로 편중되진 않았다. 이어 수술로봇 전문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와 엔비디아를 각각 9.72%, 9.28%로, 테슬라와 비슷하게 담았다.
이밖에 로크웰 오토메이션(8.59%), 테라다인(7.83%), 지브라 테크놀로지스(7.04%), 오로라 이노베이션(6.89%), 인텔(5.32%), 허니웰 인터내셔널(5.24%), AMD(4.51%), 메드트로닉(4.46%) 등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성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초기 국면에도 시장 관심↑
휴머노이드 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가 커지는 만큼, 우려의 시선도 공존한다. 최근과 같은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미국 기술주에 집중된 ETF 구조가 중장기적으로 유효할지에 대한 의문도 그중 하나다. 실제 14일 마감 기준 삼성운용의 KODEX 미국휴머노이드로봇 ETF 수익률은 하루이틀 만에 21.7%까지 뛰었다. 테슬라,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 미 증시에서 관세 등 여파로 급락했던 빅테크 종목 주가가 크게 뛰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실제 제품화와 산업 적용까지는 여전히 시간과 기술적 보완이 필요한 단계다. 다만 업계는 지금이야말로 테마 초기 단계에서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강 수석은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과 관세 이슈는 미국 증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리스크 요인”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기술혁신을 이끄는 중심지이며,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은 견고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생성형 AI 기술이 정점에 이르며 본격 실현될 수 있는 차세대 핵심 분야”라며 “빅테크 기업들은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는 반면, 응용 기술 기반 로봇 산업은 이제 막 고속 성장 단계에 진입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KB운용은 비상장 유망 기업이 많은 산업인 만큼, 기존 분기별 리밸런싱 외에도 월 단위로 신규 상장 종목을 적극 검토해 편입할 계획이다.
강 수석은 “휴머노이드 산업은 과거 PC 산업이나 AI 산업처럼 하드웨어–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을 거쳐 생태계 전체가 확장되는 구조”라며,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 초기 기대감과 산업 구조 성장에 주가가 먼저 반응하는 전형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성형 AI, 센서, 반도체, 배터리 등 기존 핵심 산업과의 연동성이 높은 만큼, 산업 초기 국면에서도 시장의 관심은 빠르게 반영되는 흐름이다. RISE ETF 역시 로봇 제조사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핵심 부품과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기업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단기 테마 수익과 중장기 성장성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