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와 K-POP,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이 확산되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늘고있다. 단순한 쇼핑 관광을 넘어, 피부 시술과 성형 등 실질적인 미용 목적의 시술을 받기 위한 외국인 방문객이 늘면서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총 117만467명으로, 전년(60만5768명) 대비 93.2%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선 수치로, 정부가 당초 2027년까지 목표로 설정했던 외국인 환자 유치 규모(70만명)를 3년 앞서 초과 달성한 것이다.
진료 과목별로는 피부과(56.6%)와 성형외과(11.4%)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졌다. 전체 외국인 환자 중 절반 이상이 피부 시술을 위해 한국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K-뷰티 콘텐츠 속에서 본 ‘맑고 투명한 피부’에 대한 기대는 실제 의료서비스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서울 명동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역시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사에(22·여) 씨는 “장원영 씨처럼 맑고 투명한 피부를 갖고 싶어서 피부에 광채를 내는 시술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선 그런 시술이 비싸기도 하고, 한국에서 받으면 효과가 더 좋다는 주변 이야기를 들어서 한국 여행 온 김에 받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별로는 일본 환자가 약 44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26만 명), 미국(10만 명), 대만(8만3000명), 태국(3만8000명) 순이었다. 특히 대만(550.6%), 일본(135.0%), 중국(132.4%) 등 아시아권 국가들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가파르게 나타나, 이 지역에서의 수요 확대가 두드러졌다.
최근엔 회복 시간이 짧은 비수술적 시술 수요가 늘면서, 당일 시술 후 곧바로 관광에 나서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의료와 관광을 병행하는 일정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태국인 직장인 위라폰(38) 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이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데, 비결이 궁금해서 이번에 눈가 주름 리프팅 시술을 받았다”며 “회복 시간이 거의 필요 없는 시술이라 당일에 바로 관광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 외국어 응대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샤오밍(34·여) 씨는 최근 친구와 함께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피부 레이저 시술과 쇼핑을 병행했다. 그는 “상담실장님이 중국어를 아주 유창하게 해서 소통이 훨씬 수월했다”며 “예약부터 시술 설명까지 전 과정이 중국어로 된 안내서를 통해 이뤄져서 더 좋았다”고 했다.

다만 일부 외국인들은 시술과 관광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 단순한 예약 지원을 넘어, 체류 전반을 아우르는 맞춤형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감지된다.
한국 시술 브이로그를 자주 본다는 대만인 A(31·여) 씨는 “시술은 만족스러웠지만 체류 전반을 도와주는 ‘풀 패키지’ 상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외국인 전담 코디네이터가 상주하고, 공항 픽업이나 숙소까지 연결해주는 병원을 찾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와 관광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의료관광객들의 소비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의 국내 의료기관 지출은 약 1조4000억원(약 10억달러)에 달했으며,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약 153만 원으로 추산된다. 환자의 동반자를 포함한 전체 관광 소비 규모는 약 7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건당국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의료관광을 단순한 시술 제공에 그치지 않고, 관광·체류·소비로 이어지는 통합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승욱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외국인환자유치단장은 ‘2024 외국인환자 유치실적 통계분석 보고서’에서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은 단순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넘어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24년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단순히 회복한 것이 아니라,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100만명 시대’를 연 상징적인 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도권뿐 아니라 제주·부산 등 비수도권에서도 특화 진료와 지역 관광자원을 연계한 사례가 늘고 있으며, 향후에는 양적 확대를 넘어 산업 생태계의 균형적 조성과 서비스 품질의 고도화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