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 바둑 신진서’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이 ‘돌부처’, ‘신산’이라는 별호를 가진 이창호 9단을 꺾고 제12기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우승을 차지했다. 공식전 150번째 맞대결로 열린 ‘유창혁-이창호’ 대결은 바둑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제12기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결승전이 1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날 유창혁 9단은 이창호 9단에게 26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대회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바둑은 우상귀 패싸움을 시작으로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중반 공방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초읽기에 몰린 이창호 9단에게 실수가 나왔고, 유창혁 9단이 이를 정확하게 응징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 유 9단은 끝까지 우세한 흐름을 지켜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두 사람의 공식전 150번째 대국이었던 이날 대결에서 유창혁 9단은 승리와 함께 지난 4월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 바둑 오픈 결승 패배를 설욕했다. 유 9단은 본선 16강에서 권효진 8단을 시작으로 최명훈 9단, 서봉수 9단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라 이창호 9단을 제압하면서 최종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유창혁 9단은 “중반 복잡한 장면이 정리된 뒤에는 이겼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창호 9단과 대국은 공부도 되고 더 재밌는 것 같다. 지난 결승에서 져서 준우승에 머물렀는데, 이번엔 이겨서 기쁘고 앞으로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유 9단은 “이창호 9단과 두면 후반에 흔들려 역전패하는 경우가 많아 오늘은 편안하게 두려고 노력했다”며 “예전에는 부담이 컸지만 지금은 서로 전성기가 지나 대결이 더 재밌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대주배 첫 우승에 도전했던 이창호 9단은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결승 직후 열린 시상식에는 후원사인 TM마린 김대욱 대표,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K바둑 임설아 전무와 김효정 상무, 이광순 한국여성바둑연맹 회장 등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김대욱 대표는 “한국 바둑 4대 천왕으로 활약했던 유창혁·이창호 9단이 결승에 올라 더 뜻깊고 관심을 받는 대회가 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 대주배에도 많은 기대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우승을 차지한 유창혁 9단에게는 상금 1500만원과 트로피가, 준우승을 차지한 이창호 9단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트로피가 수여됐다. 제12기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은 TM마린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 방송을 맡았다. 본선 대국 제한 시간은 각자 15분에 40초 초읽기 3회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