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때렸수다’ 주점 논란…“풍자” vs “희화화” 비판에 고려대 학생회 사과

‘계엄, 때렸수다’ 주점 논란…“풍자” vs “희화화” 비판에 고려대 학생회 사과

기사승인 2025-05-21 11:27:09
고려대 정치외교학과가 SNS에 업로드한 논란의 포스터. SNS 캡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가 축제 주점 이름으로 ‘계엄, 때렸수다’를 사용한 것을 두고 12·3 비상계엄 사태를 희화화했다는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학생회는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에 나섰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는 전날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변형한 듯한 문구 ‘계엄, 때렸수다’를 주점 이름으로 내건 축제 포스터를 SNS에 게시했다. 포스터에는 ‘군사 1급 기밀’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해당 포스터에는 ‘이재명이나물삼겹살’, ‘윤석열라맛있는두부김치’, ‘좌파게티·우파김치’, ‘계엄말이’ 등 정치인을 패러디한 메뉴명이 적혔다. 메뉴 위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상추쌈을 먹는 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부를 먹는 모습 등도 이미지로 담겼다.

또 ‘좌파게티 우파김치’ 포스터엔 이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진이, ‘계엄말이’ 포스터엔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출입기자들을 대통령실로 초대해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대접한 모습이 실렸다.

학생회는 포스터와 함께 “당면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대통합”이라며 “본 주점은 현 정권에서 발생한 계엄 사태만을 풍자하는 것을 의도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계엄이 장난이냐”, “비상계엄을 희화화했다” 등 비판이 쏟아졌다. “풍자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 “학생회의 자정 작용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대학생들에게 과도한 조치 아니냐”는 의견도 이어지면서, 표현의 자유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해당 학과 졸업생 A씨는 “본 의도와는 달랐겠지만, ‘계엄’이 가벼운 안줏거리 소재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는 있다”면서도 “정당이나 정치인 이름을 딴 메뉴는 학과 특성상 주점 컨셉의 단골 소재였다. 다만 계엄으로 치러지는 선거를 앞둔 시국에선 기획 단계에서 좀 더 신중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학생회는 홍보 포스터를 삭제하고 학생회장 명의 사과문을 올렸다. 학생회 측은 “계엄이라는 소재를 다루며 인식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 상처받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 정치에서 나타나는 위기 상황과 극단적 양극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자 주점을 기획했다”며 “계엄은 이를 풍자하기 위한 상징적 장치였지 제도를 미화하거나 희화화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는 시민적 연대와 책임의 가치를 표현하고자 했으나 표현 방식이 일부에게 상처를 준 점 무겁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표현과 기획에 있어 더욱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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