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은 공장 측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21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발생한 이번 사고는 크림빵 생산라인의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서 윤활 작업을 하던 A씨의 상반신이 컨베이어에 끼이면서 발생했다.
냉각 컨베이어 벨트의 높이는 3.5m 정도로, 설비 프레임이 돌아가면서 갓 만들어진 뜨거운 빵을 식히는 작업을 한다. 냉각이 끝난 빵은 다음 공정으로 옮겨져 크림이 얹어지고, 포장지에 싸여 완제품으로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냉각 컨베이어 벨트의 원활한 회전을 위해서는 식품용 윤활유인 푸드 그레이드 윤활유를 기계 바깥쪽에 별도로 장착된 주입구를 통해 넣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가 윤활유를 주입구에 넣으면, 자동살포장비가 윤활유를 컨베이어 벨트의 체인 부위에 뿌리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자동살포장비가 있는데도 A씨는 기계 밑으로 기어들어 가서 내부의 좁은 공간에서 수동으로 윤활유를 뿌리던 중 컨베이어 벨트와 기둥 사이에 끼이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공장 측이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냉각 컨베이어 벨트는 윤활유 자동살포장비가 있어서 근로자가 직접 윤활 작업을 할 필요가 없고, 작업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기계 작동을 멈춘 상태에서 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의 동료 근로자들로부터 공장이 이른바 ‘풀가동’ 할 때는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나 기계 안쪽으로 몸을 깊숙이 넣어 직접 윤활유를 뿌려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사고가 난 기계의 생산 연도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용한 지 오래돼 노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을 멈추지 않고 가동할 정도로 빵 생산량이 많은 가운데 노후화·불량 등의 이유로 기계의 성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일하던 A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숨진 A씨를 비롯한 근로자들이 그동안 공장 측의 무리한 지시 또는 미흡한 사고 예방 조처로 인해 위험에 내몰린 채 일해 온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아울러 문제의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 대한 안전 검사와 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안전교육이 원칙대로 이뤄졌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