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한국에 주둔한 미군 약 2만8500명 가운데 약 4500명을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에서 언급된 감축 검토 대상 4500명은 전체 주한미군의 16% 수준이다. 감축이 이뤄진다면 대부분 육군일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미군 미2사단 예하 순환배치여단이 이와 비슷한 규모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부대는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운용하며 9개월 주기로 순환 배치되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주한미군 육군에서 핵심 전력을 차지하고 있어 한국을 배치 대상에서 제외하면 ‘16%’ 이상의 공백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핵심 전투부대가 (국내에) 있는 것과 유연성이 큰 해‧공군이 있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며 “결국 한반도에 문제가 생기면 해‧공군 위주로 지원할 테니 지상군 작전은 한국이 책임지라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투부대가 빠진다는 것은 ‘인계철선’이 무너진다는 의미가 될 수 있어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4500명 철수가 북한에 잘못된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 파병 이후 러시아와 밀착을 통해 핵‧미사일 전력은 물론 재래식 전력 수준도 빠른 속도로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주한미군 감축을 한미동맹 악화로 오판해 도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뮤얼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달 “주한미군이 철수 또는 감축되면 그(김정은 국무위원장)가 침공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한미군 감축은 한미 연합방위력과 상징적 차원의 대북 억제력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북한이 한미동맹의 결속이 약화했다고 오판할 수 있는 신호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보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체 핵무장’에 대한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언제든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으니 대북 대비 태세 유지를 위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과 대화 의지를 밝혀 온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대북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는 1기 집권 당시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한국이 극히 민감해하는 ‘주한미군 감축 검토’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미는 2026년부터 적용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원으로 정한다는 내용에 지난해 10월 합의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에 개의치 않고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재집권 시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원한다. 주한미군이 위태로운 위치에 있다”며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한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주한미군 일부 철수 가능성에 대해 국방부는 한미 간의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전력으로 우리 군과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다”며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미 측과 지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