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이 기존 정책의 재탕에 불과한 데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회성 정책에 그치지 말고 의료계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를 국정 운영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주효진 가톨릭관동의대 교수(한국정책학회 연구부회장)는 2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협·한국정책학회 공동 기획 세미나에서 이재명·김문수·이준석 대선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을 비교 분석하며 세 후보의 공약 모두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대다수 후보가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의료 강화를 내세우지만, 기존 감염병 대응체계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은 부재하다”며 “세 후보 다 정부 개입과 지원 확대에 방점을 둬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진다”고 말했다.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이 공약이 문재인 정부 당시 운영했던 공론화위원회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표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문수 후보가 6개월 안에 붕괴한 의료시스템을 재건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작년부터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의료대란이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6개월 이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합리적이지 않은 ‘포퓰리즘적 공약’이라고 혹평했다.
이준석 후보가 내건 보건복지부의 ‘보건부’ 독립 신설 공약과 관련해선 “긍정적”이라면서도 “정부 조직 신설과 개편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 교수는 “복지부 내에 전문적이면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모호하다”면서 “전문가 중심으로 조직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처(보건부)가 신설되면 국민이 체감할 보건의료 서비스의 변화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의협도 책임성을 갖고 제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보건부 신설 외에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등 의료정책 심의구조 개편도 요구했다. 더불어 △일차의료 강화 △지역 맞춤형 필수의료 수가 도입 △공보의·군의관 복무기간 단축 △의료사고 국가책임 강화 등을 제안했다.
김창수 의협 정책이사(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대통령 후보들이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의료계를 협상 테이블의 상대가 아닌 정책 설계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의료 정책 결정 과정이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의협과 한국정책학회는 올바른 보건의료 정책 수립을 위한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