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와 변덕스러운 날씨,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삼중고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은 점포 축소와 퀵커머스·신선식품 중심의 구조 개편에 나서는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늦추위와 이른 더위가 반복되는 날씨 변화로 인해 야외활동이 줄고,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 속 소비심리도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조사 대상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백화점 3곳(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대형마트 3곳(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편의점 3곳(GS25, CU, 세븐일레븐) △준대규모점포 4곳(이마트 에브리데이, 롯데슈퍼, GS더후레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이다.
올해 대형마트는 소비가 늘어나는 1월 16.1% 매출 증가로 출발했지만 2월 -18.8%로 급감하며 최근 1년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어 3월 -0.2%, 4월 -3.1%로 3개월 연속 하락세다. 백화점 역시 1월 10.3% 증가한 이후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4월에는 -2.9%까지 떨어졌다.
편의점은 지난해 내내 매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2월 날짜 수가 하루 적었던 영향 등으로 -4.6% 하락했다. 3월 1.4% 반등한 후 4월 다시 0.6% 줄며 최근 1년 내 두 번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반면 집 근처에서 소량 구매가 가능한 준대규모점포는 0.2% 증가하며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오프라인 유통의 하락세가 이어지자 유통 대기업들은 오프라인 점포 수를 축소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홈플러스는 최근 임대료 인하 협상이 결렬되자 17개 점포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마트는 최근 4년 사이 6개 점포를, 롯데마트는 5년 동안 15개 점포를 정리했다.
대신 변화된 소비 패턴에 맞춰 퀵커머스와 배송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배달의민족과 협업해 서울 일부 지역에서 퀵커머스 시범 사업을 시작했으며 홈플러스는 자사 배송 브랜드를 ‘매직배송’으로 통합해 픽업·배송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신선식품 강화도 주요 대응 전략 중 하나다. 이마트는 신선식품 특화 매장 ‘푸드마켓 고덕점’을 열고 매장의 80% 이상을 신선·가공식품으로 구성했다. 롯데마트는 영국 온라인 식료품 플랫폼 오카도와 협력해 신선식품 특화 앱 ‘제타’를 론칭하고 배송시간 예약, 소비기한 보증, 스마트카트 등의 기능을 선보였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전반의 구매 건수는 줄었지만 단가는 오히려 증가했다. 고물가 영향으로 동일 품목의 가격이 오르거나 소비자들이 한 번에 고품질 제품이나 묶음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늘어난 탓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4월 기준 대형마트(-5.0%), 백화점(-4.4%), 편의점(-2.9%)은 구매 건수가 모두 줄었지만, 각각 구매 단가는 2.0%, 1.6%, 2.4% 상승했다.
점포 수 역시 변화하고 있다. 대형마트(-0.8%), 백화점(-3.3%), 편의점(-0.2%) 등은 점포 수가 전년보다 줄어든 반면, 준대규모점포는 3.7% 증가하며 유일하게 확장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GS리테일은 준대규모점포 GS더프레시에 대한 누적 투자액을 전년 대비 42% 확대했고 편의점 사업 투자액은 4% 증가에 그쳤다. 지난 2023년부터 '킴스편의점'을 전개해온 이랜드도 사업 철수를 결정, 이달 말 1호점을 포함해 2029년까지 총 5개 점포를 폐점할 계획이다. 점포당 매출은 백화점만 유일하게 0.5% 증가했고, 대형마트(-2.3%), 편의점(-0.4%), 준대규모점포(-3.4%)는 모두 감소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실적 부진에서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상품군에서 판매량 감소가 나타났다는 점"이라며 “대형마트는 기타를 제외한 전품목 감소세가 나타났고 백화점 또한 명품과 식품을 제외한 품목군이 역성장했으며 편의점의 경우에도 생활용품을 제외하면 전 품목군이 부진해 소비경기 악화에 따른 영향이 전 채널로 확장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전까지는 그나마 식품 매출이 버텨주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4월 결과는 구매력 둔화에 따른 실질 소비 악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부분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전망에 대해 “5월은 휴일 수가 전년대비 하루 많고 또한 소비자심리지수도 큰 폭의 반등이 나타나며 유통업종의 매출 외형은 반등이 전망된다”며 “백화점은 5월 중간 한 자리수 성장률(+MSD%) 내외의 성장이 기대되며 대형마트는 낮은 한 자리수 성장률(+LSD%) 이상을 기대한다. 편의점은 기상환경의 회복에 따라 전년과 비슷한(flat) 수준으로 기존점 매출이 회복되겠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