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천명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거래소에 방문해 시장 불공정성 해소와 배당환경 개선 등을 통한 증시 활성화 방침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같은 추진 의지에 국내 증시도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수석, 강유정 대변인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거래소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방문은 취임 이후 금융시장 흐름을 현장에서 살피고,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 현장에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핵은 주식시장”이라면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아시는 것처럼 너무 불공평, 불투명하다. 다른 나라가 보면 저 시장을 어떻게 믿냐.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을 해소하거나, 최소한 완화하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라며 “프리미엄까지는 못가더라도 최소한 정상화로 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증시 활성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2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현재 코스피 지수는 2500선에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주가지수가 4000~5000선까지 늘어나야 대한민국의 국부가 늘어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한 이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상법 개정안 재추진과 함께 △먹튀·시세 조정 근절을 통한 공정 시장 질서 확립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일반주주 권익 보호 △자본·손익거래 등을 악용한 지배주주 사익 편취 행위 근절 △수급 여건 개선 및 유동성 확충을 통한 주식시장 활력 제고 △상장사 자사주에 대한 원칙적 소각 제도화 검토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이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과거 콜옵션 매도를 하는 만용을 부리다가 전날 밤 미국 주식 폭락에 엄청난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후 우량주 장기 보유라고 하는 것을 열심히 지켜서 본전을 찾았다”라면서 “지금은 우량주 장기 투자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물적분할 및 인수합병 등을 해서 우량주가 갑자기 껍데기가 됐다. 그래서 주변에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라는 말을 차마 못 하겠다. 이제는 다 바꿔야 한다. 길게 보면 괜찮은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인색한 배당 환경을 개선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중국보다 배당을 안 하는 국내 상황을 지적하면서 “다른 나라는 우량주 사서 중간배당 받고 이를 통해 생활비도 하고, 내수에 도움이 되고, 경제 선순환에 도움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배당을 안 한다”며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때문에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나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소득세와 관련해 “무조건 배당소득세를 내라는 것이 능사냐. 이건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5%를 넘는 경우만 배당소득세를 깎아 주는 법안을 낸 것 같다. 그런 것을 포함해 정상적으로 배당을 잘하는 경우 조세 재정에도 큰 타격을 주지 않는 정도라면 내려서 많이 배당하는 게 좋겠다”며 “가능한 방법들을 많이 찾아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께서 이제는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할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들이 자본 조달도 쉬울 것이다”라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되지 않을까. 그 핵심 축에 증권시장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는 이달 들어 연일 상승세를 시현하고 있다. 특히 이날 코스피 지수는 52주 최고가인 2905.85를 기록하면서 3년 5개월만 2900선 고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강력한 증시 활성화 추진 의지에 시장 기대감이 확산된 여파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현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국내 증시가 강세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코스피 지수 상단을 3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강세장의 중심은 신정부 기대감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확실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새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관련 법안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 주식시장이 상위에 있음이 확인됐다. 이에 시장은 강세장으로 화답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김 연구원은 “이 대통령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발맞춰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면, 코스피는 하반기에 3000선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