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과대학생이 전원 수업 복귀를 선언하면서 사직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의 복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공의들 사이에선 수련 중단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해 9월 복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전공의들이 수련 특례를 요구하고 있어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1년 반 가까이 학교를 떠났던 전국 의대생들이 돌아오겠다고 선언하며 교착 상태였던 의정 갈등에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의대생 복귀 선언이 알려진 뒤 전공의 내부에선 ‘9월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통상 7월 3~4주 차에 시작된다. 상반기 모집 결원이 발생한 과에서 추가 모집한다. 올해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는 총 2532명으로, 의정 갈등 이전 1만3531명의 18.7%에 불과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전공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대전협은 최근 전공의 8458명의 설문을 통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 방안 재검토 △입대 전공의 등의 수련 연속성 보장 등을 복귀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전협은 오는 19일 전국 병의원 전공의 대표들과 총회를 열어 요구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전공의들은 전문의 추가 시험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으면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이 제한된다. 현행 규정상 레지던트 3~4년 차는 9월에 수련을 재개하더라도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기 어렵다. 일부에선 수련 기간 단축 얘기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보건복지부는 “특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전문의 시험을 총괄하는 대한의학회 등에선 추가 시험에 난색을 보였다. 진료과별 전문의 시험에는 36억원 상당의 정부 예산이 소요된다.
사직 전공의 절반 이상이 동네 병의원 등에 취업한 상태이고, 수련 자체를 다시 받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어 의대생처럼 전원 복귀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부인과 등 일부 필수과 저연차 전공의 사이에선 수련을 포기하거나 인기과로 전공을 바꾸겠다는 이탈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전협 비대위 설문에서 ‘수련을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답변한 전공의 72.1%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목 전공의였다.
대전협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는 13일 공동 성명을 통해 사제 간의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국민 건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련 과정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전공의에게 최적의 교육 기회가 보장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정책 보완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전공의 수련에는 정부의 각별한 행정·재정적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민의 적극적인 성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복귀 전 의료 현장 혼란을 유발한 점에 대해선 국민·환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7개 환자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전공의,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공백과 국민 피해에 대해 의료계는 단 한마디의 사과가 없었다”며 “의료인이 기본 윤리와 공공적 책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