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더 싣고 배출은 ‘0’…HD현대 SMR 선박의 묘수 [탄소제로, 닻 올리다①]

컨테이너 더 싣고 배출은 ‘0’…HD현대 SMR 선박의 묘수 [탄소제로, 닻 올리다①]

기사승인 2025-08-01 06:00:08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4월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온실가스(GHG) 집약도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는 국제 항해에 투입되는 5000톤 이상 선박이 강화된 기준을 따라야 한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 변화는 미국의 ‘친환경 해양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리며, 한국 조선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해상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은 첨단 친환경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사업장 전경. HD현대 제공 

HD현대, ‘SMR 추진 선박 신기술’로 차세대 원전 시장 주도

HD현대는 범그룹 차원에서 HD현대중공업, 현대건설, HD한국조선해양 등과 협력해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SMR 추진 선박 기술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하며 관련 시장을 이끌고 있다.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이 공동 개발한 1만5000TU급 부유식 SMR(해상 소형모듈원자로)  컨테이너선 설계는 올해 6월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개념 승인을 획득했다. SMR 추진 선박은 기존 선박과 달리 엔진의 배기기관이나 연료탱크 등의 기자재가 필요하지 않은 선박이다.

친환경 무탄소 원자력 에너지로 선박을 운항해 대용량 해상 운송 시장의 친환경 모델로 떠오르고 있으며, 기존 선박의 기자재 등 복잡한 시스템을 줄여 화물 적재 공간 확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큰 부피를 차지하던 기존 기관실 기자재 공간에 컨테이너를 추가 적재할 수 있도록 해 경제성을 높였다”며 “스테인리스강과 경수를 사용한 이중탱크 방식의 해양 방사선 차폐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도 연료비 절감, 탄소배출 저감 등 경제성과 친환경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발전량 조절, 핵연료 처리·안전 규제, 국제적 법·제도 확립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은 업계의 과제로 남아있다.  

HD현대는 현재 개념검증, 상용화 단계로 진입 중이며 오는 2030년 자체 SMR 추진선 개발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가 SMR 선박 운용 규제 마련에 착수함에 따라, 향후 상용화와 시장 개척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SMR 추진 선박 개발은 ‘글로벌 SMR 시장 선점’이라는 대전제와 맞물려 있다.

SMR는 글로벌 탈탄소 흐름 속에서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실현과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해 무탄소 전력원인 원자력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안정성, 수용성 등 대형 원전의 한계가 부각됨에 따라 세계 원전 시장은 SMR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HD현대는 지난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며 차세대 에너지 기술 분야에 본격 진출했으며, 지난해 2월부터는 글로벌 원자력 선도기업들과 SMR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초 HD현대중공업 주식을 기반으로 6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실탄도 두둑히 확보했다. 

지난해 3월에는 세계 해상 원자력 분야 첫 국제 민간기구인 ‘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NEMO, Nuclear Energy Maritime Organization)’를 글로벌 원자력 선도 기관들과 공동 설립한 바 있다. 

NEMO에는 HD현대를 비롯해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인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업인 테라파워(Terrapower), 원자력 발전소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C), 영국의 로이드선급(Lloyd Resister), 용융염원자로 분야 혁신기업 덴마크의 시보그(Seaborg) 등 7개국 11개의 원자력 분야 선도 기업들이 참여했다. 

원광식 HD현대중공업 해양에너지사업본부장은 올해 초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약’을 체결한 뒤 “이번 협약이 HD현대가 제조업 분야에서 쌓아온 폭넓은 경험과 앞선 기술력이 나트륨 원자로의 상업화 기반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협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원자력 에너지 솔루션의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SMR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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