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에 지하철이 생기면 상권은 다 어떻게 합니까? 지금도 먹고살기 힘든데.”(심남실·72·여)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에 광역철도 대장홍대선 종착역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지역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레드로드는 홍대 일대에서 한강까지 이어진 문화예술 관광특화 거리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상권 활성화를 위해 2023년 조성됐다.
홍대 상인과 예술인이 꾸린 ‘대장홍대선 레드로드 역사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31일 레드로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홍대선 종착역 위치를 전면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행사에서 최차수 상인대표는 “(레드로드에) 역사 공사가 시작되면 한국 제일의 상권은 붕괴하고 소상공인 삶 터전은 사라질 것”이라며 “관광객이 가장 오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 랜드마크는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이나 상인과의 협의 없이 진행되는 공사는 졸속행정의 표본”이라며 “대안이 있기 때문에 상생의 방식으로 정치권과 예술인, 상인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정생규(70·남)씨는 “1975년도부터 이 동네서만 살아 집도 바로 옆이고 딸도 여기서 카페를 하고 있다”며 “아무도 공사 관련해 의견 물은 적 없고 안내문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마포 토박이인 강병수 예술인 대표는 “지금의 홍대 문화는 대기업 투자나 정부 도시정책으로 탄생한 게 아니다”며 “그저 홍대 앞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과 그것을 즐기는 시민이 만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버스커(거리에서 공연하는 사람)에게는 이곳이 무대이자 터전”이라며 “문화예술 없는 상권은 금세 빛을 잃을 수밖에 없으니 무대를 없애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행사에 참여한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장홍대선 지하철 공사는 서북부 지역 주민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다”면서도 “아무리 좋은 일이더라도 그 과정이 잘못됐다면 즉시 시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로를 앞두고 이면도로에 전철역을 만든 사례가 있느냐”며 “관광객 52%가 오는 곳에 역사를 만들겠다는 발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상인들은 적어도 6년 이상 장사를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데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끝까지 막아서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박 구청장은 쿠키뉴스에 “국토부가 공청회를 열었지만 레드로드 인근 주민 상대로 한 게 아니었다”면서 “소유자 허락받지 않고선 공사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장홍대선은 경기 부천시 대장지구에서 마포구 홍대입구역을 잇는 광역철도다. 국토부에 따르면, 종착역인 111정거장은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인근인 레드로드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에 마포구는 위치 선정이 잘못됐다며 자체 용역을 실시한 결과, ‘부적합’ 판단이 나왔다면서 국토부 등 관계 기관에 역사 위치 변경을 공식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