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초가 승부를 갈랐다. 안조영 9단이 내용은 이기고 결과에서 졌다. 마지막 수가 좋은 수였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안형준 K바둑 해설위원)
끝내기 과정에서 승률 그래프는 흑(안조영)이 장악하고 있었다. 안조영 9단이 최소 반집, 마지막 순간에는 1집반 이상 승리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승부가 갑자기 끝났다. 시간패였다.
8월 랭킹에서 여자 1위를 탈환한 김은지 9단(한국 랭킹 30위)이 한국 랭킹 118위 안조영 9단에게 행운의 시간승을 거뒀다. 김 9단은 5일 오후 1시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8기 명인전 승자조 8강에서 안 9단에게 238수 끝 백 시간승을 기록했다. 안 9단의 239수가 놓였지만, 제한시간 안에 시계를 누르지 못하고 ‘열’ 소리가 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종국을 맞았다.
국면은 백을 쥔 김 9단이 불리했다. 끝내기가 순리대로 진행됐다면 ‘46세’ 안조영 9단이 시니어 등 제한기전이 아닌 본격기전 4강에 오를 기회였다. 전성기 시절 ‘반집 승부사’라는 별명을 얻은 안 9단 답게, 이날 바둑도 끝내기에서 승리하는 흐름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시간패를 당한 안조영 9단은 “반집 승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세하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하변에서 수를 잘못 봤고, 그 과정에서 시계를 잘못 눌렀다”고 아쉬워했다. 나현 9단과 패자조에서 승부를 펼치게 된 안 9단은 “다들 저보다 강한 실력자”라며 “쉽게 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행운의 시간승을 거두고 명인전 승자조 4강 무대를 밟은 김은지 9단은 “초반에 많이 좋았던 것 같은데 곳곳에서 손해를 봤다”면서 “우변에서 잘 되면서 만만치 않아진 것 같다”고 복기했다. 한편 김 9단은 박정환 9단-강승민 9단 승자와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