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환자샤우팅] 백혈병 임의비급여 사태와 ‘충분한 설명’의 의미

[안기종의 환자샤우팅] 백혈병 임의비급여 사태와 ‘충분한 설명’의 의미

기사승인 2016-06-14 09:45:55 업데이트 2016-06-15 12:42:20

"글·안기종 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쿠키 건강칼럼] 2006년 12월 5일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이하, 성모병원)의 백혈병 환자와 유족 200여명은 고액의 진료비를 부당징수 당했다며 성모병원을 상대로 집단 민원을 제기했고 보건복지부는 대규모 실사단을 파견해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2006년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의 진료비에 대한 실사에서 성모병원이 백혈병 등 혈액질환 환자들에게 진료비 부당징수를 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보건복지부는 28억3천만 원의 환수처분 및 141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했다. 이와 별개로 개별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환자나 유족들은 성모병원으로부터 100억 원 이상을 환불받았다.



성모병원에서 문제가 되었던 백혈병 진료비 부당청구의 유형은 첫째, 건강보험 적용되는 급여비용을 삭감 위험 때문에 환자에게 비급여로 받은 임의비급여와 둘째,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범위를 벗어나 의약품을 임의로 사용한 후 그 비용을 환자에게 비급여로 받는 임의비급여와 셋째, 행위수가에 이미 포함되어 있어 별도 산정이 불허되는 치료재료대를 별도로 비급여로 받는 임의비급여 등으로 구분되며, 이를 포괄해서 관계 법령상 인정되는 ‘법정비급여’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임의비급여’라고 부른다.

2006년 한국백혈병환우회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확인요청 민원을 제기해 환급결정을 받은 백혈병 환자 1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환자 1인당 비급여 총액의 약 41~92%에 해당하는 1,400여만 원에서 4,000여만 원까지가 임의비급여로 밝혀졌다. 이 정도는 백혈병 환자가 조혈모세포(골수)이식을 받고도 남는 큰 금액이다.




◇임의비급여 허용여부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보건복지부로부터 고액의 환수처분 및 과징금처분을 받고, 환자나 유족들에게 고액의 진료비를 환불하게 된 성모병원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상대로 환수처분 및 과징금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성모병원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대법원은 2012년 6월 18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진료비 부당청구 관련 임의비급여를 예외 없이 금지하던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고, 해당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 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내용은 “임의비급여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식약처 허가범위를 벗어나 의약품을 임의로 사용한 후 그 비용을 환자에게 비급여로 받는 임의비급여와 행위수가에 이미 포함되어 있어 별도 산정이 불허되는 치료재료대를 별도로 비급여로 받는 임의비급여의 경우 의료기관이 ‘① 의학적 긴급성, ② 의학적 안전성, 유효성, 의학적 필요성, ③ 미리 임의비급여의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한 후 환자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을 입증할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허용요건 중 ‘충분한 설명’의 의미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고등법원에서는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성모병원 간에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허용요건 중에서 세 번째인 ‘미리 임의비급여의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한 후 환자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의 의미를 두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성모병원에서는 “백혈병 등 혈액질환 환자들의 완치를 위해 필수적인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은 그 치료기관이 장기간인데다 각각의 단계마다 합병증이나 감염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처치가 필수적이어서 미리 모든 비급여 의약품이나 치료재료 등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각각의 진료행위마다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입원 당시 작성한 ‘입원약정서’와 이식 당시 작성한 ‘조혈모세포이식신청서’에 “임의비급여 진료행위 및 비용 징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부동문자가 포함되어 있고, 환자보호자가 여기에 서명까지 했기 때문에 이는 ‘미리 임의비급여의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한 후 환자로부터 동의를 받은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명시한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허용요건을 종합해 보면 ‘입원약정서’ 및 ‘조혈모세포이식신청서’ 작성 시 성모병원의 원무과 직원 또는 주치의에 의해 이루어진 설명은 ‘충분한 설명’에 해당될 수 없다.

◇임의비급여 동의 ‘입원약정서’ 작성이 ‘충분한 설명’인지 여부

먼저, ‘입원약정서’ 작성 시 ‘충분한 설명’이 있었는지부터 검토해 보자. 입원 당시 환자보호자가 작성하는 ‘입원약정서’ 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임의비급여 진료비를 부담시킬 수 있는 문구가 부동문자(입원치료 중 긴급수술이나 검사가 필요한 경우 귀 병원에서 보호자의 사전 동의 없이 시행한 진료행위(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되고, 진료상의 진단 및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 항목 포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로 추가되어 있다. 이와 같이 중요한 내용은 당연히 원무과 직원이 구두로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로 쉽게 설명하여야 한다.

그러나 성모병원의 원무과 직원은 환자보호자를 불러서 ‘입원약정서’의 환자 인적사항 부분, 연대보증인 인적사항 부분, 서명날인 하는 부분을 펜으로 V표시를 해주면서 직접 적고 ‘입원약정서’를 한번 읽어보라는 정도의 설명을 했을 뿐이다. 이를 ‘충분한 설명’이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입원약정서’ 작성 시 설명은 의사가 아닌 원무과 직원이 하였고, 원무과 직원이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허용요건인 “의학적 긴급성이나 의학적 안전성, 유효성, 의학적 필요성”에 관해 설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임의비급여 동의 ‘조혈모세포이식신청서’ 작성이 ‘충분한 설명’인지 여부

다음으로 ‘조혈모세포이식신청서’ 작성 시 ‘충분한 설명’이 있었는지 검토해 보자.
환자가 성모병원에서 몇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고 난 뒤 완치를 위한 마지막 치료인 조혈모세포이식을 받기 위해서 입원할 때 환자보호자가 ‘조혈모세포이식신청서’를 작성한다. 이 신청서에도 “조혈모세포 승인이 되었더라도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서 인정하지 않는 급여제한 부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전액 피보험자(환자) 부담으로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동문자가 추가되어 있다.

이러한 조혈모세포이식신청서 작성 시 설명은 원무과 직원이 아닌 주치의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설명의 내용과 정도는 “환자의 현재 상태, 조혈모세포이식 과정 및 부작용, 입원기간 등”에 대해서만 구두로 설명할 뿐 그 외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의 항목에 관한 설명이나 그 비용‘에 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설령 주치의가 ‘조혈모세포이식신청서’ 작성 시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는 경우 비급여 진료가 있고, 이 경우에는 환자 본인이 부담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설명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대법원이 예외적 임의비급여 허용요건인 “임의비급여의 내용과 비용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한 후 환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이 제시한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허용요건으로서의 ‘충분한 설명’을 문구대로 해석하면 ① 현재 급여?법정비급여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고, 급여?법정비급여로 사용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라는 내용과 ② 의학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일정수준 이상의 임상적 근거에 기초한 치료성적, 부작용, 사망률 등의 내용과 요양급여 인정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하여할 의학적 필요성과 ③ 예상 치료비 내역과 이 임의비급여 치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환자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구두로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3가지 내용을 충분히 설명한 상태에서 환자의 자발적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도 성모병원이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조혈모세포이식신청서’ 작성 시 주치의는 “환자의 현재 상태, 조혈모세포이식 과정 및 부작용, 입원기간 등”에 대해서만 구두로 설명하였고, 그 외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의 항목에 관한 설명이나 그 비용 등”에 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는 ‘충분한 설명’에 해당하지 않는다.

◇예상되는 임의비급여 목록 제시 및 의학적 필요성, 비용 등 설명해야

성모병원에서는 연간 수천 명의 백혈병 등 혈액질환 환자들이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을 받고 있고, 상당수의 의약품과 치료재료가 이들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허용요건에 해당할 수 있는 식약처 허가사항 초과 의약품과 별도산정 불가 치료재료 목록을 선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성모병원의 주치의는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허용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조혈모세포이식신청서’ 작성 시 임의비급여 사용이 예상되는 식약처 허가사항 초과 의약품과 별도산정 불가 치료재료 목록을 환자에게 설명문 형태로 제시한 후 이들 의약품과 치료재료가 ① 현재 급여·법정비급여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고, 급여·법정비급여로 사용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긴급한 상황에서 ② 의학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일정수준 이상의 임상적 근거에 기초한 치료성적, 부작용, 사망률 등의 내용과 요양급여 인정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하여할 의학적 필요성을 설명과 ③ 예상 치료비 내역과 이 임의비급여 치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을 설명하여야 한다.

그러나 주치의는 성모병원에서 임의비급여 논란이 있는 의약품과 치료재료 중에서 2006년 12월 5일 임의비급여 사태 이후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약품(9개)과 별도산정이 가능하게 된 치료재료(2개) 총 11개(그 외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다수의 식약처 허가사항 초과 의약품과 별도산정 불가 치료재료는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허용요건인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충족하지 못해 임의비급여 사용 자체가 불허됨)에 대해서도 치료 중 사용될 것을 대비해 미리 그 목록을 환자보호자에게 제시하고, 목록에 제시된 의약품과 치료재료의 의학적 필요성과 대략의 비용까지 설명하여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충분한 설명’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고등법원에서의 파기환송 재판 결과는 환자보호자가 작성한 임의비급여 사용에 동의하는 ‘입원약정서’ 및 ‘조혈모세포이식신청서’를 ‘충분한 설명’의 증거로 인정하는 경우와 부정하는 경우가 서로 혼재해 있다. ‘충분한 설명’의 의미에 대한 법원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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