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 도보행진·극한단식에도 제자리 맴도는 ‘김진숙 복직’

기사승인 2021-02-08 11: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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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도보행진·극한단식에도 제자리 맴도는 ‘김진숙 복직’
'복직 기원 희망뚜벅 행진' 마지막날인 7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김진숙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노동계의 극한투쟁이 이어졌지만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7일 김 지도위원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400㎞의 도보 행진을 마무리했다. 이날 김 지도위원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청와대까지 700여명의 노동계 인사·시민과 함께 행진을 진행했다. 

청와대 인근에 도착한 김 지도위원은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은 왜 36년째 해고자인가”라며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그는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 최강서의 빈소를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한 분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가는가”라고 질타했다. 

고(故) 박창수 전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지난 1991년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당한 후 병원에서 의문사했다. 고 김주익 전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은 2003년 구조조정 반대와 노조 활동 보장을 촉구하며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였던 고 최강서씨는 2012년 사측의 158억 손해배상소송 청구 철회를 촉구하며 세상을 떠났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해 12월30일 ‘정년’을 하루 앞두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그는 1986년 한진중공업 노조 대의원으로 당선된 후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지적하는 노조 활동을 벌였다.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같은해 7월 해고됐다. 2009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사측에 김 지도위원에 대한 복직을 권고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김 지도위원은 해고 상태에서 정년을 맞게 됐다.  

400㎞ 도보행진·극한단식에도 제자리 맴도는 ‘김진숙 복직’
'복직 기원 희망뚜벅 행진' 마지막날인 7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구급차에 탑승한 단식농성 노동자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지도위원은 홀로 싸우지 않았다. 청와대 앞에서도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이 진행됐다. 김우 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 정홍형 금속노조 부양지부 수석지부장은 48일간 물과 소금 등만 섭취하는 극한 단식을 벌였다. 폭설·한파에 맞서며 노숙 단식 농성이었다. 송경동 시인 47일, 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40일, 서영섭 신부 36일을 버텼다. 송 시인은 지난 5일 국회의장실에서 농성을 진행하다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 함께 단식에 나섰던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과 한경아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는 지난달 단식농성 중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활동가와 정 지부장, 송 시인 등은 7일 청와대에 도착한 김 지도위원의 간곡한 만류에 단식을 중단했다. 이들은 모두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열악한 상황에서 장기 단식이 진행돼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후유증도 우려된다. 

400㎞ 도보행진·극한단식에도 제자리 맴도는 ‘김진숙 복직’
'복직 기원 희망뚜벅 행진' 중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7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지도위원 관련 복직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 등에서 면담을 진행했지만 큰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사측인 한진중공업과도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쉽게 향후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암 투병 중인 김 지도위원의 치료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단아 리멤버희망버스 지원팀장은 “김 지도위원은 빨리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저희가 또 다른 투쟁 계획을 발표하면 치료를 하지 말라고 붙잡는 형국이 된다. 단식자들도 김 지도위원의 치료를 위해서 농성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김 지도위원이 서울까지 걸어서 올라오시게 될 줄 몰랐다”며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어 바꾼 정권에서 비슷한 감정을 또 다시 느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soye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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