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제일 좋아하는 ‘박화영’ 세진이, 다시 캐스팅돼서 놀랐죠” [쿠키인터뷰]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04-14 07: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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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우 이유미. 바로엔터테인먼트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유흥주점에서 일하다 경찰서에 잡혀온 세진(이유미)에겐 긴장하거나 당황한 기색이 조금도 없다. 오히려 태연하게 “우리도 살아야 되잖아요”라고 말해 경찰들을 당황하게 한다. 그의 행동엔 특별한 이유가 없다. 흘러가는 대로 사람을 만나고, 되는 대로 상황에 맞선다. 믿었던 지인에게 뒤통수를 맞았을 때 잠시 감정을 드러낼 뿐, 세진은 스스로 원하는 삶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답답하기보다 공감이 가는 점이 놀랍다.

세진은 2018년 개봉한 영화 ‘박화영’에서 조연으로 등장한 캐릭터다. 당시에도 세진은 늘 혼자였고, 단 한번 감정을 드러냈다. 극 중 임신을 했으나 어느 순간 사라졌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는 이번엔 세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에도 이유미가 연기한 세진은 전작과 똑같은 표정과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동일한 캐릭터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유미는 지금까지 연기한 역할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세진을 꼽았다. 이환 감독에게 다시 출연 제안을 받고 놀랐던 이유다.

“세진이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였어요. 오디션에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를 물으면 ‘박화영’ 세진이가 좋다고 얘기할 정도였죠. 이환 감독님이 그 캐릭터를 그대로 갖고 와서 영화를 찍겠다고 하셔서 놀랐어요. 너무 좋다고 했더니 얼마 후 제 동생 역할이 캐스팅되고, 세진이 어떤 일을 겪는지 저한테 설명해주셨어요. 또 얼마 안 지나서 시나리오 초본이 나왔죠. 이렇게 빨리 하나씩 만들어지는 걸 보며 놀랐어요. 감독님에게 저의 어떤 점 때문에 같이 하자고 말씀하셨는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박화영’에서 연기한 세진의 모습이 좋았고, 배우로서 매력이 있었고, 너를 믿고 있다고 해주셨어요.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에 보답을 해주고 싶었고 책임감도 느꼈어요. 잘하고 싶었죠.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처음부터 세진에게 매력을 느낀 건 아니었다. 낯선 사람들과 곧바로 친구가 되고 깊은 관계를 맺는 모습을 이유미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이환 감독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해하기 시작했다. 세진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사연이 있었을 거란 얘기였다. 주영(안희연)도, 재필(이환)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미는 그런 세진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세진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캐릭터였어요. 독보적인 느낌이 있었죠.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날 것의 새로운 캐릭터여서 계속 생각이 났어요. 두 작품에서 연기하면서 세진이 모든 걸 흡수하려는 아이라고 느꼈어요. 눈앞에 상황을 내치는 게 아니라 다 흡수해서 받아들이는 아이인 거죠. 만약 세진이에게 부모님이 있었고, 가족들이 보살펴줬다면 지금의 세진이가 있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지금의 세진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어요.”

이유미는 스스로를 “호기심 많은 배우”로 정의했다. 촬영 전에도, 촬영 현장에서도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감독에게 계속 궁금한 걸 물으면서 캐릭터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걸 알아가는 것에 흥미가 많은 편이다. 배우 활동 초반엔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이유미는 털어놨다.

사진=배우 이유미. 바로엔터테인먼트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어요. 일이 없을 때는 뭐 먹고 살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직업을 바꿔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진 않았죠. 어떻게 해야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보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나요. 이번 영화에서 연기한 세진이는 자유롭게 생각하는 면이 있더라고요. 세진이의 개방되고 자유로운 생각들이 제가 스스로 만든 제약을 풀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아요. 그것들이 소소했던 거라고 생각하게 돼서 많이 떨쳐버릴 수 있었어요.”

올해 28세인 이유미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18세 세진을 연기했다. 10대 역할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도 들지만, 나이보다는 캐릭터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보다는 호기심과 흥미, 도전정신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어른들은 몰라요’를 보면서 생각한 것을 관객들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세진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했어요. 세진이에게 나는 어떤 어른이었을까요. 전 영화를 찍고 그런 고민을 하면서 제 자신이 조금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시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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