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최대훈은 어떻게 ‘괴물’ 박정제가 됐을까

기사승인 2021-04-22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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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최대훈은 어떻게 ‘괴물’ 박정제가 됐을까
배우 최대훈. 에이스팩토리 제공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제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었어도 당연히 해야 할 드라마였어요. 캐릭터가 입체적이면서 다른 인물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죠. 제가 매력을 느끼는 부분을 모두 품고 있는 대본이었어요. 박정제 역으로 저를 선택했다기에 ‘고맙습니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JBTC 드라마 ‘괴물’ 종영 후 화상으로 만난 배우 최대훈은 작품을 처음 접했을 당시의 마음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괴물’이 그만큼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덕분이다.

최대훈은 ‘괴물’에서 문주시 경찰서 수사 지원팀 경찰 박정제를 연기했다. 이동식(신하균)의 죽마고우이자 문주시 시의원 도해원(길해연)의 아들이다. 박정제는 순수한 듯 보이지만, 의문스럽고 속내를 알기 어려운 인물이다. 혼란의 중앙에 서 있지만, 혼란의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최대훈은 경계선에 선 박정제를 섬세한 연기로 풀어내며 시청자의 눈에 들었다.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고뇌와 괴로움의 연속이었어요. 박정제를 보면서 ‘얘는 대체 뭐야?’라는 감정이 생길 정도였죠. 심나연 PD님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박정제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해주셔서 캐릭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정제를 만들면서 중점을 둔 건 시선의 위치와 말의 속도 등이었죠. 제 몸이 큰 편인데, 이 몸으로 어떻게 약하게 보일지 고민을 하기도 했고요.(웃음)”

[쿠키인터뷰] 최대훈은 어떻게 ‘괴물’ 박정제가 됐을까
배우 최대훈. 에이스팩토리 제공

박정제의 비밀이 무엇인지, 최대훈은 모르고 연기했다. 그가 유일하게 알고 있던 비밀은 강진묵(이규회)의 죽음 정도다. 심 PD는 최대훈에게 사건 당일을 모호하게 설명했다. “박정제가 이유연(문주연)을 차로 쳤을 수도 있고, 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표현하는 식이었다. 이런 접근은 연기에 도움이 됐다. 최대훈은 “모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연기하며 이해했다”면서 “아는 걸 모르는척 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굳이 뒤 내용을 예측하거나 결말을 예상하지 않았어요. 앞에 주어진 숙제만 열심히 했죠. 제가 소화해야 하는 부분에 열심히 임했기 때문에 결말을 알고 나서도 큰 감정 동요는 없었어요. 다만 한기완(최진호)이 유연이를 차로 쳤다는 것이나, 유연이 동식의 집에서 발견된 것을 보곤 놀랐죠. 놀라움을 넘어서 슬프고 씁쓸했어요. 씁쓸하다 못해 썼죠.”

‘전 역할과 전혀 다른 모습’ ‘식상하지 않은 표현’ 등의 연기 칭찬이 이어지자, 최대훈은 “모든 배우가 그렇듯 뻔하지 않게 보이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처음 대본에 묘사됐던 박정제는 자신과 달랐기에, 최선을 다해 캐릭터를 그려냈다. 최대훈은 “처음 대본엔 정제가 하얀 얼굴에 키가 크고 달콤한 미소를 지닌, 잘생긴 인물로 그려졌다”면서 웃었다.

“제작진이 저를 믿어주신 것 같아요. 일종에 배팅이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 감사함을 알아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촬영장에서는 상대의 눈을 자주 봤어요. 상대의 감정을 헤아린 후 그 다음에 제 감정을 생각하려 했죠. 정제가 너무 어려워서 연기 방법을 바꿔본 거예요. 그렇게 연기를 하다보면 현장성이 짙은 날것의 연기가 많이 튀어 나왔죠. ‘괴물’에 나오는 모든 배우를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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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대훈. 에이스팩토리 제공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약했던 최대훈은 최근 여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제57회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랑의 불시착’ ‘괴물’ 등에서 보여준 연기를 생각하며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러나 그는 아직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이 많다. 아쉬워야 다음에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제가 꾸준히 잘해내지 못하면 그냥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나지 않을까요. 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는 해프닝이 될 수도 있겠죠. 이 상황을 이어나가는 것이 더 힘들다는 걸 알아요. 더 어려운 다음 숙제가 남은 셈이죠. 제 생활에서 변한 건 없어요. ‘경거망동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하죠. 작품에서 좋은 조력자 역할을 하며,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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