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용서하지 마렴” 우리가 지키지 못한 이름들

이소연 / 기사승인 : 2021-05-05 06: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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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시민들의 추모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어린이날을 맞아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아동학대 방지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아동학대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아동학대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단체는 “국가 차원 성역 없는 진상조사만이 아동보호체계의 대대적인 개혁의 토대가 될 수 있다”며 “아동학대특별법이 잠자는 동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죽음에서 배울 의무를 망각하지 마라”고 밝혔다. 

아동학대특별법은 지난 2월5일 국회의원 139명이 공동발의 했다.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운영과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포함하는 조사결과 보고서 작성,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를 국가기관이 따라야 한다는 점 등이 명시됐다. 그러나 지난달 국회에서 심사되지 못했다. 공은 다음 회기로 넘어갔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

이날 학대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낭독됐다. 윤정인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아가, 너를 좀 더 빨리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해. 어른이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 당연한 것을 해주지 못해 미안해”라며 “어른들을 용서하지 마렴”이라고 이야기했다. 곽지현 활동가는 “나쁜 어른들에게 나쁜 세상만 만나게 한 것이 미안하다”며 “주변의 선한 사람들에 의해서 너희들은 살 수 있었는데 우리는 너희를 지키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시민들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다. 박효상 기자
지난해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으로 인해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곳곳에서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2월8일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10세 아동이 이모 부부의 학대로 인해 사망했다. 아동학대특별법이 발의된 지 3일 후의 일이다. 같은달 10일에는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세 아이의 시신이 뒤늦게 발견됐다. 아이는 지난해 8월 전기가 끊긴 집에 홀로 남겨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2일에는 인천의 한 빌라에서 8세 아동이 부모의 학대로 숨졌다. 아동은 사망 당시 영양 결핍이 의심될 정도로 야윈 상태로 전해졌다.  

진상조사 등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반복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42명이다. 2018년 28명, 2017년 38명, 2016년 36명, 2015년 16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는 단 한 건도 이뤄진 적 없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제도적 ‘구멍’에 대해 살펴보지 못한 것이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자녀에 대한 체벌은 불법이다. 민법에 명시됐던 부모의 자녀 징계권 조항은 지난해 삭제됐다. 부모가 훈육을 핑계로 자녀를 체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019년 3만45건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이중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는 2만2700건에 달한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