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씨 유족 이해하지만…부검 결과 전까진 추론에 불과”

정진용 / 기사승인 : 2021-05-06 16: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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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채 발견된 대학생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한강에서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 손정민(22)씨 사건이 여전히 미궁 속이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잇따른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객관적 증거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모두 추론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6일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 손씨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CCTV 54대와 주차차량 133대의 블랙박스를 확보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 손씨 휴대전화를 포렌식 해 사건 당시 상황을 파악할 단서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A씨 실종 시간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25일 오전 3시40분 이후 행적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 손씨 부친인 손현(50)씨는 5일 방송에 출연해 사건 당일 아들과 함께 있던 친구 A씨 행적에 대해 또다른 의문을 표했다. 손씨는 채널A 시사교양 프로그램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상식적으로 (A씨 본인의 휴대폰이 없어졌으면) 전화해서 찾아봐야 하는데 아들 휴대폰으로 자기 휴대폰에 전화한 적이 없다”면서 “휴대폰이 확실히 없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전화를) 안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의 휴대폰은 행방불명 상태다. A씨는 사건 당일 고 손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고 손씨 휴대폰을 들고 귀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휴대폰은 고 손씨 사인을 규명할 유력한 증거로 꼽힌다.

손씨는 “(사고 발생일) 그 다음 날 (A씨와) 만났을 때 공기계를 사서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고 했다”며 “하루도 못 참고 번호를 바꾼다는 것은 자신의 휴대폰을 찾을 일이 없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손씨는 A씨가 당시 신었던 신발을 버렸다는 점, 빈소에도 찾아오지 않고 연락 두절 상태였다가 경찰 최면 조사 당시 변호사를 선임했던 점 등에 대해서도 미심쩍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전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성당에서 진행된 장례미사에서는 고 손씨 가족과 지인뿐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일반인들도 참석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고 손씨 사인을 밝혀달라는 청원은 동의 35만명이 넘었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넘었는데 여전히 한강 인근에는 자원봉사자와 민간구조사가 자발적으로 A씨 핸드폰을 찾고 있다.

관심이 높은 만큼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무차별적으로 제기됐다. ‘버닝썬 사태’ 당시 지휘 책임을 지고 대기발령 조치됐던 전 서울 강남경찰서장이 A씨 아버지라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A씨가 강남세브란스 병원 교수 아들이라는 루머가 확산해 병원측이 직접 “사실 무근” 입장을 밝혔다. 또 온라인에서는 A씨 등 고 손씨 친구들 개인정보가 유출돼 논란이 됐다.
손정민씨 아버지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실종 전단. 온라인 커뮤니티

전문가들은 객관적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이 제시하는 의심 정황이 범죄 사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유가족이 A씨에 대해 제기하는 의문은 일반인 상식선에서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면서 “유가족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휴대폰을 잃어버린 뒤 찾지도 않고 바로 번호를 바꾼 점, 3시30분에 자기 전화로 모친과 통화를 한 뒤 1시간 지나서는 타인의 전화를 갖고 온 점, 신발에 흙이 묻었다는 이유로 바로 버렸다는 것 모두 ‘그럴만한 일이 뭘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또 이런 점 때문에 하루 만에 국민 수십만명이 청원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그러나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하는 영상 증거가 확보되고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두 추론에 불과하다”면서 “국민 눈높이와 경찰 수사 속도에 괴리가 있다. 그러나 경찰도 구체적 근거 없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서기 어렵다. 애꿎은 사람에게 낙인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확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승 연구위원은 “지금은 국과수 부검 결과가 자연사가 아닌 외인사(외력에 의한 사망)로 나왔을 때를 대비해 객관적 범죄 사실을 먼저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검 결과가 외인사로 나올 경우 피해자와 가장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던 사람은 자연스럽게 용의자가 된다. 그럴 때를 대비해 A씨 신병 확보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의대 본과 1학년이었던 고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왼쪽 귀 뒷부분에서 손가락 2마디 크기의 자상이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이 상처가 직접적 사인이 아니라는 구두 소견을 밝혔다. 국과수 정밀 부검 결과는 이달 중순 나온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