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일하는 곳에 놀러 갈래?”...소개팅女 ‘억단위’ 계약 유혹

조계원 / 기사승인 : 2021-07-13 11: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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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명목으로 20대 남성 유인
모델하우스로 데려가 투자 강요
전문가 "계약 신중해야, 취소 어려워"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수십개의 소개팅앱. /사진=구글플레이 캡처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 “오빠, 나 일하는 곳에 놀러 갈래요?” 20대 사회초년생인 A씨는 지난 3월 소개팅앱에서 만난 여성 B씨와 서울 목동 인근에서 만남을 가졌다. 첫 만남 자리에서 B씨는 자신이 일하는 곳을 ‘놀러가자’고 제안했다. A씨는 제안에 따라 B씨의 직장을 방문했고, 찾아간 B씨의 직장은 지식산업센터 모델하우스였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현장에 최근 젊은 여성이 소개팅앱을 이용해 고객을 유인하는 수법이 등장했다. 대상은 20대 젊은 남성들이다. 이같은 수법으로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이들 가운데는 자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억단위 분양을 계약을 체결해 피해를 본 이들이 나오고 있다.

13일 제보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말 ㅇㅇ소개팅 앱을 통해 B씨와 만남을 가졌다. B씨와 점심식사를 하던 중 B씨는 인근에 위치한 자신의 직장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제안한다. 이에 B씨에게 호감이 있던 A씨는 제안을 승낙한다. 

A씨가 방문한 곳은 HKL타워 지식산업센터 모델하우스였다. HKL타워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2지구에 건설되는 지식산업센터로, ㄱ사가 시공을, ㄴ사가 시행을 맡은 곳이다. 

A씨는 그 곳에서 투자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한다. A씨는 “B씨가 투자를 설득하면서 향후 매각 프리미엄과 고정적인 월세 수익 등을 보장했지만 하기 싫다고 의사표현을 했다”며 “거절하니 B씨가 팀장이라는 사람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팀장의 설명에도 거절하고 그 자리를 나오려고 했지만 팀장이 갑자기 화를 내고 B씨는 저를 옆에서 붙잡고 도망가지 못 하게 잡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마지못해 계약을 승낙하고 자리를 벗어난 것으로 당시 상황을 전한다. A씨는 “청약금 300만원이 없어 투자하지 못한다고 말하자 팀장이 5만원만 내고 나머지는 자신이 대납해주겠다며 계약을 압박했다”면서 “결국 투자금 마련이 안되면 계약을 못한다는 조건으로 마지못해 계약을 승낙한 체 그 곳을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A씨가 계약한 1억8000만원 수준의 지식전문센터 분양 계약서 /사진=제보자 

A씨는 팀장이 대신 납부한 청약금 295만원이 향후 계약을 압박하는데 활용된 것으로 주장한다. A씨는 “계약을 추진할 생각이 없었으나 팀장이 대신 납부한 청약금 295만원에 발목이 잡혔다”며 “B씨가 집요하게 전화해 팀장이 손해를 보게 되는 만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종용해 대출을 받아 계약금을 입금했다”고 설명했다.

A씨와 소개팅女인 B씨와의 연락은 5월 중순쯤 끊겼다. A씨는 “계약을 체결하고 한 달쯤 지나서 번호와 카톡이 다 차단됐다”면서 “팀장에게 연락하니 B씨가 개인사정으로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 회사와도 연락이 안 되는 상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분양 사기 또는 조직 분양에 당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를 두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특히 사회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이나 주부, 판단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강조한다. 분양 현장 상황이나 직원의 구두 설명․약속 등을 이유로 향후 계약 취소 등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시행사와 분양사 등 분양 업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부동산 투자 플랫폼 ‘투자의신’을 운영하는 허준열 대표는 “분양 직원들이 수당제로 급여를 받다보니 거짓말로 분양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계약을 체결해야 급여가 나오는 만큼 일단 소비자를 속여서라도 실적을 채우자는 문화가 시장에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양시장은 시행사와 분양대행사로 독립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분양대행사가 부당한 방법으로 분양에 나서도 실질 계약 주체인 시행사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이유도 있다”며 “왜곡된 분양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A씨의 계약을 담당한 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회사로 사건이 이관돼 진상규명에 들어갈 것”이라며 “회사의 조사 이후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계약 주체인 시행사 측은 분양사와 논의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시행사 부대표는 “우리는 분양하는 곳이 아니다, 대행사 직원과 계약을 한 것이기 때문에 왜 이쪽에 문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