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되는 ‘고콜레스테롤혈증’…사망위험 높은데 ‘비급여’?

유수인 / 기사승인 : 2021-07-30 04: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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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건강하던 사람도 갑자기 심장병 발생, 진단 까다로워

이미지=픽사베이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으로 알려져 있는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은 생활‧식습관, 비만, 흡연 등이 주로 영향을 끼친다. 만약 젊고 건강한데도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보다 2~4배 높다면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말 그대로 ‘유전’에 의한 질환인데, 조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중증의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국민 300명 중 1명꼴 발생, 인지도 낮고 진단 까다로워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이상지질혈증의 일종이다. 환자 대부분이 혈액 내 LDL콜레스테롤 농도를 조절하는 수용체에 유전적 변이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매우 높은 LD콜레스테롤 수치를 보인다.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30mg/dL 미만이면 정상으로 보는데, 이보다 2~4배 높으면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원재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젊고 정상체중인데 갑자기 급성심근경색을 진단 받고 응급시술을 받는 환자들을 보면 LDL콜레스테롤이 매우 높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고기도 많이 안 먹고 식습관 나쁘지 않은데 왜 이런 질환이 생겼냐는 반응”이라며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본인의 잘못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대물림되는 유전병”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국내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국민 300명 당 1명꼴로 있는 것으로 학계에서 얘기되고 있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다. 

그는 “젊은 환자들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건강검진을 통해 수치가 높다는 것을 확인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며 “또 진단과정도 매우 까다롭다.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90mg/dL이상이면서 황색종 등의 임상징후가 있거나, 혹은 유전자검사에서 이형접합에 해당하는 유전자변이가 확인돼야 급여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병원마다 유전자검사 능력이 다르고 현재 테스트할 수 있는 유전자 종류가 제한돼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분명히 임상적으로 봤을 때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인데 실제 진단되는 환자는 30~40%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LDL콜레스테롤 수치 낮춰야 하는데 ‘치료제 사용’ 제한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다면 심혈관질환의 상대 위험이 최대 16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때문에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최대한 낮춰 조기 급사,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는 것이 치료의 주요 목표가 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치료 목표를 100mg/dL로 권고하고 있고 이미 심혈관질환을 가진 경우 70mg/dL까지 낮추도록 하고 있다. 2019년 유럽심장학회에서는 국내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심혈관질환이 없는 경우 70mg/dL, 질환을 동반한 경우 55mg/dL로 권고한다. 

그런데 환자의 약 30% 정도는 1차 약물치료로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충분히 조절되지 않아 고용량의 약물을 쓰거나 2차 치료에 쓰이는 항체치료제(에볼로쿠맙 성분의 PCSK9)를 사용해야 한다. 일부는 급여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급여로 약물 치료를 받거나 수치가 약간 조절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LDL콜레스테롤 수치 100mg/dL를 기준으로 했을 때 환자들의 약 30%는 1차 약물로 이 수치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한다”며 “1차 약물로 쓰는 스타틴를 고용량으로 쓰면 수치가 40~50% 떨어지는데, 보통 환자들의 수치가 200mg/dL 이상이기 때문에 100mg/dL 언저리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에제티미브를 병용하면 15~20% 더 떨어져 90mg/dL 정도로 관리할 수 있지만 애초 250mg/dL 이상인 사람은 이론상으로 목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한다. 게다가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면 70mg/dL이하로 조절해야 하는데 사실상 어렵다”면서 “이마저도 고용량의 약물을 잘 쓸 때 얘기다. 실제로 고용량의 약물을 쓰면 부작용 문제도 있고 복용을 못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2차 치료제에 대해 급여 적용을 받으려면 유전자검사에서 변이가 확인돼야 하는데, 실제 변이가 검출되는 환자는 30%에 불과하다”며 “임상적으로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결과가 음성이 나오면 비보험으로 약제를 쓰거나 1차 치료로 조절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실손보험으로 2차 치료제에 대해 어느 정도 보장을 할 수 있지만 최근 그 기준이 많이 까다로워져 환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보험요건 때문에 환자들이 병원에 자주 내원해야 하는 등 불편함도 있다”고 강조했다.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조절되지 않으면 전신 혈관의 동맥경화 반응이 가속화되고,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뇌경색, 뇌출혈 위험도가 높아지게 된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축적, 폐색성 동맥경화증, 조기 심혈과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교수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들은 심혈관질환 발병 및 사망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젊은 나이라고 해도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이형접합이라는 말 자체가 부모 한 쪽으로부터 올 수 있다는 거다. 본인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거나 이 질환으로 진단되면 가족 모두 검사를 받도록 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