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징계 착수…변호사업계 vs 로톡 '법률 플랫폼' 전쟁 시작

로톡 변호사, 변협 징계 예고에 3월 比 28% 급감

기사승인 2021-08-05 1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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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징계 착수…변호사업계 vs 로톡 '법률 플랫폼' 전쟁 시작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 시행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교대역에 설치되어 있는 법률 플랫폼 '로톡'의 광고. 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로톡' 등 온라인 법률 플랫폼 가입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개정한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이 5일부터 시행되면서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양상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지난 5월 개정한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을 3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쳐 이날 자정부터 시작했다.

새 규정 시행안은 지난 4일로 알려졌으나 개정안 공포일이 지난 5월 4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포한 당일은 날짜 계산에 산입하지 않는 초일 불산입 원칙에 따라 3개월이 지나는 시점은 이날 자정이 된다. 

지난 5월 개정된 이 규정은 사건 소개·알선·유인을 목적으로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변호사를 광고·홍보·소개하는 광고행위를 금지하고 변호사 역시 협조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실상 변호사들에게 법률 플랫폼 이용을 금지시키는 내용이다. 

이날부터 규정이 시행되더라도 로톡 가입 변호사 등에 대한 실제 징계 조치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방변회의 조사를 거쳐 변협에 징계 신청을 한다. 조사위원회, 징계위원회 등을 통해 나온 결과에 따라 징계 절차가 시작된다. 최근 서울변호사회에 징계 진정서가 접수된 500명 변호사에 대한 징계 검토가 먼저 이뤄질 전망이다.

변협 이윤우 수석대변인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징계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는다. 조사를 먼저하고 조사위, 징계위 등 절차를 거쳐 징계가 필요하면 그때 결정될 것"이라며 "징계 수위는 징계위 위원들의 결정에 따르기 때문에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변협, 징계 착수…변호사업계 vs 로톡 '법률 플랫폼' 전쟁 시작
대한변호사협회 표지석. 연합뉴스
◇'평행선' 달리는 변협-법률 플랫폼…로톡이 뭐길래 
 
논쟁 속 또 다른 당사자인 '로톡'은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법률 플랫폼으로 지난 2014년 로앤컴퍼니가 선보였다. 변호사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변호사가 한달에 일정 금액을 정액제로 지급하고 광고 키워드를 구매하면 로톡 이용자가 해당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변호사의 광고가 노출되는 형태다. 

초기에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로톡 가입 변호사와 이용 고객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플랫폼이 변호사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로톡에 가입된 변호사는 지난 3일 기준 2855명이다. 전체 개업 변호사의 11.9% 수준이다. 변협이 로톡 활동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예고하면서 지난 3월말 3966명에 비해 28% 줄어들었다. 

변협 측은 이같은 법률 플랫폼 서비스는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변호사가 아닌 로톡이 금품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소개한다는 것. 실력과 관계 없이 높은 광고료를 낸 변호사가 고객에 노출될 가능성이 농후해 변호사업계의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질 수 있다는 게 변협 측 입장이다. 

반면 로톡 측은 변호사법 위반 소지 없이 변호사의 광고를 돕는 '합법적인 영업'이란 입장이다. 경력이 많지 않아 의뢰인을 만날 기회가 없는 청년변호사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주장이다.

로톡 측은 회원 변호사들이 징계를 받을 경우 변협을 상대로 징계 불복 행정소송을 지원할 방침이다. 앞서 헌법재판소에 변협 규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변협을 신고했다.

변협, 징계 착수…변호사업계 vs 로톡 '법률 플랫폼' 전쟁 시작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변호사들도, 시민도 엇갈리는 반응 

변협의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결정을 지켜보는 이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30대 A변호사는 "아무래도 저연차 청년변호사들은 법조 경력이 많은 변호사들에 비해 수임이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다"며 "그래서 단톡방 같은 데서 (변협의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저연차가 경력자에 비해 어려움이 많은 건 변호사뿐만이 아닐 것.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규제는 필요하다"면서 "제 주변에 로톡 가입을 하지 않은 변호사가 대부분이고 이용하다 얼마 안 가 더 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광고료를 많이 내거나 경력이 많은 변호사들이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실제 수임에선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다.

일부 변호사들 사이에선 로톡이 청년변호사들의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인 만큼 "징계는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양측의 갈등이 '밥그릇 싸움'이란 비난도 나온다. 

최근 법률 상담을 받았다고 밝힌 30대 C씨는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며 "법률사무소로 직접 찾아가는게 어색하기도 하고 불편한데 로톡은 포털사이트처럼 쉽게 먼저 정보를 찾고 상담할 수 있으니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일부 누리꾼들은 "시민의 편의와 권리보다 밥그릇 지키기가 더 중요한가" "시대가 변했다" "법에 문외한인 일반 시민들에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3일 "변협이 지적하는 몇 가지 문제를 로톡 측이 보완할 용의가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협 측은 법무부와 관계없이 징계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