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노조보고서④] 어렵게 뗀 첫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이소연 / 기사승인 : 2021-10-01 06: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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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이희정 디자이너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노동조합 설립이라는 한고비를 어렵게 넘었다. 그러나 가시밭길은 끝나지 않았다. MZ세대(1980년 이후~2000년대 초 출생한 20~30대) 노조 앞에 놓인 과제들은 무엇일까.
 
헌법에서는 노동자의 3가지 권리를 보장한다.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다. 최근 생겨난 MZ세대 노조들은 사실상 단결권 외에 다른 권리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교섭 창구 단일화에 따라 단체교섭권은 대부분 기존 다수 노조가 갖고 있다.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는 한 사업장에 하나 이상의 노조가 있을 때 대표 노조를 정해 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소수 노조와의 교섭 여부는 사용자측에 달렸다.
 
대다수 사용자측에서는 새로운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한다. 금호타이어사무직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4월 결성 후 사측에 사무직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다. 단 한 번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사측의 무대응에 노동청 진정 등의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김한엽(36) 금호타이어사무직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사무직노조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며 “사무직 처우가 생산직보다 크게 후퇴돼 면담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LG전자사람중심사무직노동조합(LG사무직노조)의 사정도 비슷하다. 각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하나의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 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해 교섭단위를 분리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LG사무직노조는 기존 노조와 다른 교섭단체로 인정받기 위해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고용노동부에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법’ 관련 진정을 내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젊은 노조이기에 어려운 점도 있다. 경험 부족으로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 잦다. 노동조합법을 일일이 확인,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살펴야 한다. 다른 노조에 질문하고 스스로 공부하면서 노조를 꾸려간다. 노동 현장에서 실무를 도맡는 나이이기에 노조 활동 병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태영조(37) 전북교사노조 조합원은 “10년 전후 경력 교사들은 학교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는다. 가정에서도 육아를 해야 하기에 굉장히 바쁜 시기”라며 “노조 집행부를 해주실 교사를 찾기가 어렵다. 일부 임원들이 시간을 쪼개서 노조를 맡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에 기대기도 어렵다. 타임오프제 확대와 교섭 창구 단일화 폐지 등 제도 보완이 요원하다. 타임오프제는 노사교섭, 산업안전, 고충 처리 등을 담당하는 노조 전임자의 활동을 근무시간으로 인정, 사측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조합 규모에 따라 노조 전임자의 한도가 정해져 있다. 현재 공무원노조 등에는 타임오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도 복수노조 활동을 막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 노조가 되지 못하면 교섭권도 없고 파업할 권리 또한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고된 활동이지만 희망도 있다. 기존 노조와는 적대 관계가 아니다. 상생이 추구되고 있다. 금호타이어사무직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무직이 겪고 있는 불합리한 노동환경에 대해 현장 생산직 선배들도 문제를 공감해주고 계신다”며 “노조 설립을 굉장히 환영해주셨다”고 말했다.

태 조합원은 “기존 노조와 저희는 각자 강점을 갖고 있다. 상호 보완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될 것”이라며 “젊은 노조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지만 현재 (기존) 노조의 중심축이 되신 분들도 젊을 때부터 활동을 시작하셨다. 저희도 가까운 미래에 중심축을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