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설 쓸 때 울었죠”

[이영광의 간(間)보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사승인 2021-10-25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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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설 쓸 때 울었죠”
“박용진은 이제 새로운 시작이죠. 새로운 과제와 성과를 정리하고 시작을 해야 하는데 민주당의 변화, 정치의 미래, 차세대 리더로서의 준비 탄탄히 해나가겠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20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마친 박용진 의원을 만나 경선 후일담을 들었다. 사진=이영광 객원기자
[쿠키뉴스] 이영광 객원기자 ="김용균 씨에게는 1억3000만원, 평택항의 이선호 씨에게는 1억3900만원, 언론에 보도된 이들에게 주어진 산재 보상금 등이었습니다. 구의역 김 군에게는 겨우 7,900만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사람 목숨값이죠. 그런데 화천대유 곽상도의 아들은 어지럼증 산재 위로금만 50억원이랍니다.“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박용진 후보가 했던 연설의 일부분이다. 이 연설은 경선이 끝난 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첫 대통령 경선을 완주한 소회가 어떨지 궁금해 국정감사로 바쁜 나날 보내고 있는 박용진 의원과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 내의 사무실에서 만나 경선 후일담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샅바는 잡아봤지만.“

- 대통령 후보에서 국회의원으로 들어오신 지 19일 정도 지났는데 어떠세요?

“바로 국정감사 투입되어서 약간 몽롱한 상태예요. 아마 의원실 전체가 그럴 거 같아요. 그러나 국정감사 집중하고 있고 오늘(21일)도 중요한 삼성증권 경영권 승계 관련해서 불법 행위 의혹이 있어서 (인터뷰) 끝나자마자 오후 질의 첫 번째예요. 당의 후보의 역할이 있고 국회의원으로 해야 할 역할이 다르니까 거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 민주당 대통령 경선을 마친 소회가 어떠세요?

“샅바는 잡았는데 어떻게 넘어트려야 하는지 기술이나 힘도 부족하다는 느낌 받았어요. 그래도 샅바는 잡았고 씨름판이 끝날 때까지 버틸 근육이 있다는 건 느꼈어요. 앞으로. 남은 과제가 있는 거 같고 그런 부분 찾아서 정리 차근차근해 나갈 예정이에요.”

- 뭐가 가장 아쉬우세요?

“경선 투표율 1.55% 나온 것이 가장 아쉽죠. 10여 개 여론조사 기관이 여론조사를 하는데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박용진에 대한 기대치 지지 관심과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의 득표율의 차이가 있어서 명확하게 그게 어떤 의미일지 민주당 안에 박용진 지지층을 어떻게 단단히 할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왜 차이가 있을까요?

“그걸 찾아야죠. 여론조사에서 박용진을 지지하고 호감을 보였던 분들이 어떤 사람들이냐면 집 나간 토끼라고 전 봐요, 지난 지선 총선·대선에서 민주당 지지했지만 실망해서 떠나있는 분들이 박용진에게 기대를 가지고 있고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고 있다고 봐요.”

- 민주당에 왜 실망했을까요?

“마지막 서울 연설에서 얘기했던 거예요, 정치적 위선, 내로남불, 기대했던 먹고사는 문제에서 유능함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 때문에 실망하고 계신 거 같아요.”

- 서울 경선에서의 울먹이며 하신 연설이 인상에 많이 남아요.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연설은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연설은 광역별로 돌아다니며 정책을 설명하거나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서 설명하는 거였는데 마지막 연설에서 그땐 투표가 끝난 상황이었으니까 작심하고 경선 과정에서 미처 말하지 못했던 것들,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분노, 대장동 사태가 가져다준 실망과 허탈함 등을 대변해주고 공감해줘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연설문을 쓰고, 그 젊은 청년 노동자들 산재 위로금 받은 금액 쓸 때도 울었고 30이라는 나이를 얹어보지도 못하고 죽었다는 대목을 쓸 때도 울었어요. 쓰는 대목에서 눈물이 나니까 말을 하는데 엄청 눈물이 나더라고요. 거기서 울 순 없고 꾹 참고했습니다.”

- 산재 보상금이 얼마인지 원래 알고 있었어요?

“아니요. 그들은 끔찍한 산재 사고는 들었는데 최종적으로 산재 위로금이 얼마인지는 몰랐고 이번에 연설문 쓰며 알았어요. 돌아가신 분들 나이를 찾아보다가 관련된 기사에서 산재위로금 등이 나오길래 그래서 알았고 나이도 새삼 놀랐고요.”

- 차라리 처음에 그 연설 했으면 지지율 올라가지 않을까요?

“그런 얘기 사람들이 많이 해요. 그런데 저는 대한민국을 위해 준비한 계획을 설명하는 게 먼저고 분노에 공감하고 양극화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나중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마지막 연설 이후 반응을 보면서 ‘아 공감하고 분노해주고 공감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들이 같이 진행될 수 있었으면 좋았겠구나. 반드시 뭐가 앞에 있고 뒤에 있는 문제가 아니다’란 생각이 들어요.”

“서울 연설 쓸 때 울었죠”
박용진 의원은 경선 참여로 감독의 시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장 넓게 보고 이길 수 있으려면 어떤 선수 전진 배치 시켜야 되는지 어떤 과제와 정책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생각 하게 됐고. 대한민국의 30년 50년 미래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영과 객원기자
“감독의 시야가 되더라”

- 대통령 경선을 하시면서 대한민국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셨을 것 같아요,


“그럼요. 그냥 국회의원으로 뛰는 것하고 다른 게 감독의 시야가 되더라고요. 운동장 넓게 보고 이길 수 있으려면 어떤 선수 전진 배치 시켜야 되는지 어떤 과제와 정책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생각 하게 됐고. 대한민국의 30년 50년 미래를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 우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되게 많아요.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서 정치에 대한 문제로 한정을 얘기하면 정치가 너무 극단의 시대로 가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요. 주장도 극단적이고 표현도 극단적이고 진영도 너무 극단적으로 나뉘고 사회의 분열이 심각해지고 있어요. 정치가 독한 말 하는 사람들의 전용구장이 되지 말고 착한 사람들의 연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지 하고 그걸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도 고민이에요.”

- 정치가 국민을 통합시켜야는데 오히려 나누는 것 같아요.

“분열적인 정치나 상대방을 욕하는 것으로 내 정치 기반 쌓아 나아가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이 들고요. 물론 잘못된 기득권 세력을 타파하고 사회적으로 낡은 권력과 사회적으로 낡은, 관계를 극복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혁 과제를 꾸준히 밀고 나가되 그러면서 사회통합이라는 걸 이뤄나갈 수 있어야 그게 정치지도자가 할 일이라고 봐요.” 

- 정치인들이 자기 지지자들 얘기만 듣고 하다 보니까 그런 건 아닐까요?

“그렇죠. 정치인들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고 박수만 받으려고 하다 보니까 상대를 악마화하고 대안을 얘기하기보단 지금의 갈등구조만 부각시키는 것이죠. 갈등구조가 드러나야 하는 이유는 대안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거든요. 그런 면에서 정치 첫 번째 단계인 갈등 부각만 해요. 그다음 단계인 갈등을 해소하고 결과를 만들고 대안을 만들고 하는 부분까지는 못가도 있죠.”

- 의원님은 그런 면에서 힘들지 않나요? 욕 많이 먹으시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제가 하는 말이에요. 그동안 밖에서는 균형감각 있는 정치인이라고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박용진은 내부에서 쓴소리만 한다. 자기 장사만 한다.’라고 얘기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그렇다면 박용진이 국민들에게 통합적이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끌고 오려는 위치에 계속 있으려면 방금 말씀드린 갈등을 극심하게 부각시키는 방식 그다음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 혹은 박수만 받기 위해서 이렇게 내로남불 하거나 무책임한 이야기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용진은 분노에 공감하고 양극화에 분노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부분을 계속해나가야죠. 우리 사회 정치적으로는 극단의 시대로, 사회적으로 양극화의 시대가 우리 사회 분열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통합시켜야 하냐는 차기 대통령 이후 정치 지도자가 보여줘야 할 능력이 아닌가 싶어요.”


“서울시장? 아직 생각해 본적 없어”

- 이재명 후보 문제 지적하셨잖아요.

“이재명 후보의 문제점을 지적한 게 아니고 이재명 후보의 정책 부분에서 정책적 허술함이죠. 대장동 사태도 정책적으로 실패한 것 아니냐고 해서 맞다고 인정받아냈고 사과하셔야 된다고 하니 그렇게 하시겠다고 얘기했죠. 저는 추호도 개인에 대한 사생활을 누구에게도 물어본 적 없고요. 여러 가지 아쉬운 점 있지만, 정책에 집중하고 대안 마련을 위해서 노력했다는 것은 자랑스럽고. 그래도 국민과 당원들이 ‘대한민국 정책 하면 박용진’, ‘한국 정치의 미래 희망 그리고 민주당 차세대 리더로서의 박용진’이란 이미지를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해요.”

- 서울시장 후보군에 의원님 이름이 있던데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해서 아직 생각해본 적 없고요. 어쨌든 이번 대통령 선거를 이기지 못하면 지방선거는 폭망 수준일 거예요. 취임식하고 한 달 안 되어서 선거 치르니 대선 진 세력은 지방선거 국물도 없다는 거죠. 그러니 죽기 살기로 제가 어느 자리에서 뭘 해야 하는 지 기웃거릴 시간 없어요, 민주당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대선 승리가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에요.”

-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이 정권 재창출보다 높은데 이 흐름은 어떻게 보세요

“교체하자는 여론이 20% 높은 여론도 나오더라고요. 근데 민주당이 변화하라는 이야기잖아요. 달라지라는 거죠, 그럼 민주당이 변화하고 달라지고 있느냐의 문제거든요. 민주당이 대선 이기려면 남은 5개월 동안이라도 격렬히 변화하고 그동안 있었던 국민이 내로남불로 봤거나 무능하게 봤거나 위선으로 보는 것을 씻어내고 바꾸겠다는 신호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아직도 민주당 안에서 조국 전 장관 이야기만 나와도 꺼리는 분위기던데 5개월 동안 바꿀 수 있을까요?

“후보가 가장 중요하죠. 후보가 그런 면에 대해 어떻게 국민적 눈높이와 상식을 잘 대변하고 반영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요. 앞으로 남은 5개월은 후보의 시간이에요. 후보가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문제는 어떻게 보고 계세요?

“빨리 수사 해야 한다고 봐요. 저는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고 보고 검찰이 무능한 수사 하고 시간 끌기 수사하면 국민들의 의구심은 오히려 민주당에 더 올 거고. 특검하자는 목소리 더 높아질 거란 말이에요, 저는 검경 수사 속도에 불만 많고 대선 국면 본격화되기 전에 끝내야지 질질 끌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특검도 할 수 있다고 보세요?

“아니요. 특검은 지금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고 봐요. 이 수사를 빨리 끝내야 그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봐요.”

- 민주당과 국민의힘 차이를 모르겠다는 소리가 있는 것 같은데 민주당 의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래서 제가 지난 선거 기간 내내 유능한 진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말만 과격한 표현으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게 든든한 안보. 그다음 경제적인 유능함. 그다음 지속가능하고 포퓰리즘이 아닌 복지정책 이 세 가지가 필요해요. 우리가 북한이나 안보 문제에 유약하고 경제문제나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무능하고 포퓰리즘적이란 프레임 벗어나야죠, 그래서 든든한 안보, 경제적 유능함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포퓰리즘이 아닌, 지속가능한 제도로서의 복지정책을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니 계속 그걸 얘기한 거예요.”


“윤석열, 돌아다니며 밑천 드러내”

-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전두환 씨는 5.18이나 쿠데타는 잘못했지만 정치는 잘했다”고 주장해 논란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뭘 어떻게 생각해요? 그 사람 대통령 할 자격도 안 되고 준 비도 안되어있는 사람이죠. 저하고 1:1 토론하면 1시간도 안 되어서 밑천 드러낼 것이라고 이야기 드렸잖아요. 자기가 돌아다니며 미천 드러내고 있네요.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후보 자격도 없고 준비도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윤석열 후보는 검찰 총장 안 되었으면 지금 대통령 후보도 안 되었을 거라 민주당 책임도 있는 것 아닐까요?

“그것은 다른 문제라고 봐요. 저는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임명할 땐 그때의 역할 상황이 있었던 거고요, 지금 보니 준비도 안 돼 있고 역사의식도 없으면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오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박용진이 이번에는 샅바를 잡고 거대한 씨름판에 상대를 넘어트리는 것은 못 했지만, 샅바를 잡아보니까 어느 정도 내 근육이 어떤지는 알겠네요. 박용진은 이제 새로운 시작이죠. 새로운 과제와 성과를 정리하고 시작을 해야 하는데 민주당의 변화, 정치의 미래, 차세대 리더로서의 준비 탄탄히 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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