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인 초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오늘(6일) 퇴임했다. 임기를 1년여 남긴 채로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나 내부에서도 놀랍다는 분위기다. 임기는 내년 8월까지였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통과는 위원회 과제로 남겨뒀다.

이임식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행사장에서 만난 개인정보위 직원은 “어제까지만 해도 (이임은) 잠정 이었다”라며 “오늘 업무포털에 뜬 공지내용을 보고 알았다”고 전했다.

대변인실도 “대통령 실에서 갑자기 난 인사라 우리도 놀랐다”라며 “예전부터 사의를 표명해왔기 때문에 운영지원과도 그간 이임식을 준비해왔던 걸로 안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지난 7월 사임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윤 위원장은 이임사 대신 직원들에게 하고픈 메시지를 전했다.

윤 위원장은 “우린 큰 조직은 아니지만 강하고 유능한 조직이길 바라왔고 여러분도 그렇게 행동했고 성취했다”라며 “그간 놓치고 강조하지 못한 게 있을까 생각해보니 우리 위원회가 어떤 마인드와 정신을 가져야 하는가에 관한 얘기를 덜하지 않았나 생각해서 강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회는 데이터를 전기처럼 안전하게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기업에게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도록 지속 요구하고 기업이 데이터를 오,남용 못하게 하고 데이터를 어떻게 쓰는지 고지해야 한다. 잘못하면 조사 처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은 규제와 운영규칙을 재창조하고 독점현상을 완화하고 데이터 공익활용과 공유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함께할 필요가 있다. 정보주체는 주체성을 강화하고 효율적 협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면 실질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 위원장은 끝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애완견(Lapdog)이길 바라지만 시대상황을 놓고 보면 우리는 충분히 감시견(Watchdog) 역할을 해야만 경제 발전이나 정보주체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위원회는 윤 위원장 재임기간(2년 2개월간) 있었던 순간을 영상으로 제작, 임직원들과 함께 시청했다. 윤 위원장 첫 번째 수행비서가 답사를 준비해 장내를 훈훈하게 했다.

윤 위원장은 행정혁신과 조직, 지방행정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로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8월 7일 초대 위원장에 임명됐다.

윤 위원장은 재임기간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 마련을 비롯해 △털린 내 정보 찾기 서비스 △EU GDPR 적정성 결정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 마련 △공공부문 개인정보 유출 방지대책 마련 △민감 개인정보 활동정보 사업단 운영 △구글·메타·이루다 과징금 1179억원 제재 등 굵직한 이력을 남겼다.

위원회 숙원인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은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정안 핵심은 과징금 기준을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에서 ‘전체 매출액’(최대 3%) 기준으로 상향하는 것과 마이데이터 사업 법적 근거라고 볼 수 있는 개인정보전송요구권 도입 등이다.

윤 위원장은 “디지털 전환에 꼭 필요한 법”이라며 “국회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윤 위원장 다음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 대변인실에 따르면 윤 위원장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윤 위원장 퇴임으로 오는 14일 예정된 국정감사엔 후임인 고학수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고학수 신임 개인정보위원장은 내일(7일) 취임한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