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자숙 대신 탈퇴…칼 빼든 K팝 기획사

기사승인 2022-10-12 19:00:12
- + 인쇄
음주운전, 자숙 대신 탈퇴…칼 빼든 K팝 기획사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자 소속 그룹 빅톤에서 탈퇴한 가수 허찬. IST엔터테인먼트

K팝 기획사가 자사 소속 아이돌 가수의 음주운전에 철퇴를 내리는 사례가 최근 발생했다. 활동을 잠시 멈추고 자숙한 뒤 복귀한 이전 세대 아이돌 가수와 달리, 팀 탈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 조처로 풀이된다.

지난달 20일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그룹 빅톤 멤버 허찬은 팀을 떠나기로 최근 결정했다. 소속사 IST엔터테인먼트 측은 “허찬을 포함한 빅톤 멤버 모두와 신중히 논의한 끝에 허찬의 탈퇴를 결정했다. 더는 폐를 끼칠 수 없다는 본인과 멤버들의 의사를 받아들여 이 같은 결정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빅톤은 군 복무 중인 한승우를 제외한 5인조로 오는 15·16일 팬미팅을 열 계획이다.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해 유명해진 가수 임영민은 2020년 5월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붙잡혀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그가 속한 그룹 에이비식스(AB6IX)는 신보 발매를 8일 앞두고 있었다. 소속사 브랜뉴뮤직은 임영민의 연예 활동에 브레이크를 걸고 에이비식스 컴백도 3주 미뤘다. 임영민은 이후 팀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소속사에 전했고, 소속사도 이를 받아들여 에이비식스는 4인조로 축소됐다.

음주운전, 자숙 대신 탈퇴…칼 빼든 K팝 기획사
그룹 신화 멤버 신혜성. 쿠키뉴스 자료사진

음주운전 등 범법을 저지른 연예인들이 일정 기간 활동을 멈춘 뒤 복귀한 것을 고려하면 팀 탈퇴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앞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연예인 대부분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2~3년 간 공백기를 보내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11일 새벽 음주운전을 하다가 도로에 차를 세운 뒤 잠든 상태로 경찰에 적발된 그룹 신화 멤버 신혜성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2007년에도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돼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그는 8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신화 아시아 투어에 참여하며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였던 강인도 2009년과 2016년 두 차례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돼 물의를 빚었다. 온라인 여론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배우들은 복귀가 더 빠르다. 배우 윤제문은 음주운전으로 세 차례나 적발돼 법정에 서기까지 했지만 오는 11월 개봉하는 독립영화 ‘우수’(감독 오세현)로 활동을 재개한다. 올해 하반기 방영되는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도 출연한다. 배우 안재욱은 2019년 음주운전 혐의로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지 2개월 만에 일본에서 팬미팅을 열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 가수들은 10대 청소년에게 끼치는 영향이 커서 배우 등 다른 분야 연예인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연예인을 향한 도덕·윤리 기준이 높아지면서 기획사들도 팀 탈퇴처럼 이전보다 파격적이고 능동적인 결정을 내리는 걸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돌 가수들은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해 소속사의 교육과 관리가 중요하다. 기획사들도 연예인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데 그치지 않고, 소속 연예인 매니지먼트에 구멍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