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으로 쓰러진 부모 간병·재활 막막, 방법 없나

초고령화 사회, 뇌졸중 발병률 상승으로 의료비 증가 우려
높아지는 사회경제적 부담, 재활의료시스템 개선 필요성 제기

기사승인 2022-11-17 06:37:01
- + 인쇄
뇌졸중으로 쓰러진 부모 간병·재활 막막, 방법 없나
쿠키뉴스 자료사진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49세·여)는 지난해 말 76세 아버지가 ‘오른쪽 사지에 힘이 빠진다’며 갑자기 쓰러진 이후 다른 일은 아무것도 신경 쓸 수 없게 됐다. 구급차를 타고 찾아간 병원에서 ‘뇌졸중(중풍)’ 진단을 받았고,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하셔도 예전만큼 일상생활을 하실 순 없어요. 재활치료를 긴 시간 꾸준히 하셔야 합니다. 제대로 재활 안하시면 밥 삼키는 것조차도 힘들 수 있어요.”

문제는 이후부터였다. 의사는 중풍은 생명이 위험한 급성기가 지나 안정화되면 기능 회복을 위한 ‘재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대학병원에서 1~2주의 집중 재활치료 후 3~6개월 동안은 요양병원 혹은 재활의료기관에서 회복 재활치료가 이뤄지고 이후에도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활운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최씨는 생계를 위해서라도 식당을 열어야하니 아버지를 옆에서 계속 돌볼 수 없고, 빠듯한 형편상 간병인을 구할 돈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요양병원에 오래 있지 못하고 결국 집으로 모셨지만 우려한 것처럼 제대로 보살펴 드리기 어려웠다. 그나마 집에 있을 수 있는 20살 막내딸을 부추겨 식사보조·화장실·세안·병원 방문 및 재활운동까지 보조했지만 매일 유지하기 힘들었다. 결국 그의 아버지는 숟가락 드는 것 마저도 힘든 상태가 됐고, 건강이 악화될수록 병원비는 배로 불어났다. 

“미래의 재활치료, 지속적 치료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

뇌졸중으로 쓰러진 부모 간병·재활 막막, 방법 없나
이시욱 서울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대한재활의학회 신임 이사장).   사진=박선혜 기자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 국민의 20%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 의료요양비 증가, 돌봄부양 부담이 커지면서 천문학적인 사회 경제적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의료비’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노인 인구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2010년 5.9%에서 2019년 8.2%로 9년 만에 39%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뇌졸중은 55세 이후 10년마다 발병률이 2배씩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어 초고령화 시대 유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다. 이러한 뇌졸중은 급성기 단계 수술부터 재활, 돌봄비용까지 상당한 의료비가 든다. 교통재활연구소에 따르면 뇌졸중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5조원이 넘는다. 이는 의료비 외에도 교통, 간병, 노동력 상실에 따른 비용 등이 포함된다. 연구소는 부담을 완화하려면 제대로 된 재활의료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다.

의료계도 국가 차원에서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고령에 따른 합병증 및 심각한 의학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재활의료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시욱 서울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대한재활의학회 신임 이사장)는 “재활의료의 중요성은 장애의 최소화와 장기적인 장애로 인한 후유증 예방이다. 장애를 야기하는 질환은 초기에 적극적인 재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더 큰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며 “지속적인 재활 치료를 해야 장애가 최소화되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만성질환, 뇌졸중 등 신경계 장애, 고령에 따른 질병 치료를 위해 소요되는 의료비가 매우 큰데 이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재활치료 및 운동의 적극적인 적용”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재활치료나 운동은 특성상 자주 병원 혹은 시설에 방문해야 한다. 고령, 장애인 계층에게 매우 필요한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실상 거동이 힘들어 이용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즉 치료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고령·장애 환자의 사회 복귀를 발목 잡는 셈이다.

이 교수는 “미래의 재활치료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 개입하고, 환자의 일상복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전주기 재활 의료전달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라며 “보건소와 연계한 방문 재활 평가, 다학제팀 운영, 비대면 재활치료, 재택의료기기 활성화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에 학회에서는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사, 사회사업가가 팀을 이뤄 다학제 접근을 이용한 방문 재활 서비스를 정부에 제안하고자 한다. 다학제 팀 접근을 이용해 고령, 장애인의 가정에 방문하고 기능, 가정환경, 재활 치료 등 필요한 서비스를 평가 및 제공하고자 한다. 더불어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서비스의 요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연구기획위원회와 함께 의료기기 개발 전략팀을 구성했다. 비대면 재활치료와 운동 분야 디지털 치료제는 병원이 자주 가기 힘든 고령, 장애인의 경우 집에서도 재활 운동이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역할이 된다. 로봇 치료는 최근 로봇재활수가가 책정이 돼 활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유수 병원, 회복기 재활 의료기관도 대부분 재활 치료 로봇을 도입하는 추세다.

이 교수는 “국민 모두 언젠가는 고령에 따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의료분야는 재활의학”이라며 “학회에서 제시하는 장애, 고령의 관리 모델은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 사회의 보건 문제를 대비할 훌륭한 대책이라고 자부한다. 긴 안목을 가지고 지속적인 연구, 투자가 필요한 부분인 만큼 정부의 선도적이고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뇌졸중으로 쓰러진 부모 간병·재활 막막, 방법 없나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