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C와 친구 맺는 날 올까?… AI가 바꿀 게임 생태계 [챗GPT열풍]

기사승인 2023-02-14 0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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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와 친구 맺는 날 올까?… AI가 바꿀 게임 생태계 [챗GPT열풍]
이제는 게임에서 AI와 친구를 맺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개선된 NPC 대화: AI 언어 모델을 사용해 NPC(Non-Player Character)가 보다 인간적인 방식으로 플레이어 행동 및 상호 작용에 응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게임에서 보다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NPC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개선된 게임 디자인: AI 언어 모델은 플레이어가 다양한 시나리오에 어떻게 반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함으로써 게임 디자이너가 보다 매력적인 스토리라인과 보다 현실적인 게임 내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향상된 게임 현지화: AI 언어 모델은 더 정확하고 문화적으로 관련된 번역을 생성해 더 나은 플레이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게임 현지화를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챗봇 및 가상 비서: AI 언어 모델을 가상 비서 또는 챗봇으로 게임에 통합해 플레이어에게 게임 내 지원을 제공하거나 플레이어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용이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I 언어 모델은 게임 산업의 다양한 측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고려해야 할 잠재적인 단점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I 언어 모델을 사용하면 알고리즘과 자동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잠재적으로 게임 개발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한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거나 괴롭힘이나 착취와 같은 악의적인 행동에 가담하는 데 사용될 위험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AI 언어 모델은 게임 산업에 긍정적인 방식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게 대화형 AI가 게임업계에 미칠 영향을 물었더니 수 초 만에 돌아온 대답이다. AI를 게임 개발에 활용했을 때의 긍정적인 효과와 더불어 잠재적인 우려도 균형 있게 제시했다. 이를 기사로 작성해달라고 요청하면, 보편적인 기사 양식에 맞춰 답변을 바꾼다. 이 과정에서 챗GPT는 언어모델을 지원하는 AI가 게임의 시각적 요소에 대한 오디오 설명을 생성해, 시각 장애가 있는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NPC와 친구 맺는 날 올까?… AI가 바꿀 게임 생태계 [챗GPT열풍]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챗GPT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챗GPT가 뭐길래?

챗GPT는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AI가 작년 11월말 출시한 챗봇이다. 대규모 언어 학습 모델인 GPT-3.5가 기반이다. 단순한 대화 외에도 논문이나 보고서·소설·시나리오 등 다양한 종류의 작문을 내놓을 정도로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갖췄다. 기존 AI가 학습한 결과물을 기계적으로 제공했다면, 챗GPT는 ‘강화학습’이 가능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챗GPT가 로스쿨과 MBA, 의사시험 등 전문직 평가를 통과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세간의 관심도 뜨겁다. 출시 닷 새 만에 이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두 달여 만에는 월간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했다. ‘틱톡’이 이용자 1억 명 달성까지 2년 6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다. 이용자 몰림 현상으로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자, 오픈AI는 최근 월 정액제 유료 버전인 ‘챗GPT 플러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는 인공지능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최근 독일 경제지와 팟캐스트 대담에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우리의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MS와 구글 등 빅테크 회사들의 경쟁도 벌써부터 뜨겁다. 구글이 챗GPT에 맞설 AI 챗봇 ‘바드(Bard)’를 발표하자 MS는 자사의 검색 엔진 ‘빙(Bing)’에 챗GPT를 도입한 새로운 검색 엔진을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사람보다 사람 같은 NPC 등장할까?… 게임업계도 뛴다

AI의 발전은 게임업계 생태계도 바꾸고 있다. AI는 몇 년 전부터 게임 개발에 활용돼 왔다. 자금과 인력 사정이 열악한 중소·인디 개발사들은 AI를 통해 스토리 작업을 하거나, 게임에 사용될 그래픽이나 이미지 파일을 제공 받는 등 AI 작업환경이 이미 친숙한 단계에 이르렀다. 

인디 개발사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대표는 “AI를 통한 작업환경이 구축되면서 많은 게 달라지고 있다”며 “AI 발전이 독립 개발자들의 퀄리티와 작업 속도, 그리고 상상력까지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화형 AI가 발전하면 게임 속 AI의 일종인 NPC가 실제 사람처럼 이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컴퓨터 앞에 혼자 앉더라도, 마치 친구와 함께 하듯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AI는 이미 아트, 스토리, 3D 모델링 등 게임 개발 과정 단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언어모델 측면에서 발전된 AI는 NPC와의 상호작용 등 인게임 요소로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대화형 AI가 발전하면 게임 내 NPC부터 큰 발전이 예상된다. 기존 NPC는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행동했다면 챗GPT 이후로는 내가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플레이어인지 NPC인지 헛갈리는 세상이 올 것”이라면서 “NPC가 조력자 혹은 적대자를 떠나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챗GPT를 ‘완전한 신세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NPC와 친구 맺는 날 올까?… AI가 바꿀 게임 생태계 [챗GPT열풍]
판교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사옥.   엔씨

 

챗GPT 열풍과 더불어 대화형 AI를 게임에 접목시키려는 게임사들의 시도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AI 언어 모델을 게임 제작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11년 AI 개발 전담팀을 구성한 이들은 2015년부터 AI랩 산하 자연어 처리(NLP) 팀을 신설해 한국어 문장을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는 AI를 개발 중이다. 엔씨는 2018년부터 작년까지 운영한 프로야구 팬 플랫폼 ‘페이지’에 AI 챗봇을 도입, 이용자가 질문하면 경기 결과나 선수 통계를 알려주고 영상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국내 AI 연구 선두 주자로 꼽힌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9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챗GPT와 관련해 “연구개발 조직이 열심히 매진 중이다. 지난해 중형 모델로 실험을 마쳤고 올해부터 키워나갈 계획”이라면서 “챗GPT와 같은 언어모델로 스토리와 캐릭터를 창작하고 인터랙티브 게임에서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더 나아가 이미 보유 중인 3D캐릭터 제작기술, 대규모 접속게임 운영 기술과 접목해 이용자들에게 차별화된 몰입감을 드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는 2020년 AI센터를 발족하고 딥러닝 기술에 기반해 대화가 가능한 AI를 연구하고 있다. 작년에는 대화형 AI 평가 플랫폼인 ‘휴릭(HuLiC)’, 한국어 혐오표현·욕설 감지를 위한 데이터셋 ‘언스마일’ 등을 자체 개발해 일반에 공개했다. 또 서울대 연구진과의 협업으로 제각기 다른 성격과 장기 기억을 가진 대화형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셋 ‘오펠라(OPELA)’를 개발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는 향후 AI만으로 유튜브 방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NPC와 친구 맺는 날 올까?… AI가 바꿀 게임 생태계 [챗GPT열풍]
크래프톤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친구 같은 AI를 게임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크래프톤

2020년 AI 연구 조직을 꾸리고 투자와 인재 양성을 지속해온 크래프톤은 이용자들과 AI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게임플레이 화면을 인식하고, 자연어로 대화하면서 사람과 같이 게임하는 ‘버추얼 프렌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는 지난 8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챗GPT의 활용성에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며 “딥러닝본부에서 게임 제작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AI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게임성 발굴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버추얼 프렌드를 언급하면서 “AI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고전적인 게임플레이 공식을 깨는 게임성 발굴이 가능하다”며 “스쿼드 모드(4인)를 혼자 플레이하지만 3명의 친구와 같이 플레이하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문자·대화로 브리핑하며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2017년 설립한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생성형 AI를 연구한다. ‘AI NPC 서비스’와 ‘AI 음성 생성 서비스’가 중심이다. NPC나 보스 등 주요 캐릭터에 AI 페르소나를 도입해 게임 속 세계관을 기반으로 이용자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AI 음성합성기술로 고유의 음성을 부여해 게임 몰입도를 향상하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김 교수는 “챗GPT는 아직 한국말에 익숙하지는 않은 상태다. 그러나 조만간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학습되면 국내 IT 업계에서 관련 개발 소식들이 속속 발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