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사람 별로 없어요” 적막한 JMS 월명동 수련원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03-11 06:05:07
- + 인쇄
“오는 사람 별로 없어요” 적막한 JMS 월명동 수련원 [가봤더니]
월명동 수련원으로 안내하는 비석.   사진=박효상 기자

“출입 예약 안 하면 못 들어가요”

여기가 맞나 싶었다. 그 흔한 간판도 없었다. 드나드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주민 센터와 파출소 등이 위치한 충남 금산군 진산면 시내에서 돌고 돌아 15분 정도 차로 달렸다. 8.5㎞를 이동하는 동안 ‘월명동 수련원’으로 가는 길을 알리는 세 개의 비석이 나타났다. 필체는 인터넷에서 본 정명석의 필체와 같았다. 그 길의 끝에 ‘월명동 수련원’이 나타났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까 싶은 깊은 산골이었다.

지난 9일 오후 도착한 월명동 수련원 입구엔 적막이 흘렀다. 길을 막는 사람도, 차를 막는 장애물도 없었다. 입구를 잘 찾아온 건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하얀 초소 안에 누군가 있다는 걸 짙게 선팅 된 건물 유리창 너머로 알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출입이 가능한지 묻자, 초소 밖으로 나온 한 남성이 예약을 했냐고 되물었다. 예약하지 않았다고 하니 현재 해빙기라 내부에 조경을 점검하고 있어서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답이 돌아왔다.

주변을 둘러보자 누군가 수집해 꾸민 것으로 보이는 수십 개의 돌이 눈에 띄었다. 월명동 수련원 내에 조성된 높이 35m, 길이 240m의 돌 조경이 떠올랐다. 돌 사이엔 동그란 모양으로 깎인 나무가 섞여 있었다. 초소 뒤엔 가지가 잘 정돈된 나무 몇 그루가 하늘을 향해 뻗고 있었다. 도로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 뒤에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의 자택과 종교시설이 있을 거라 추측할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는 사람 별로 없어요” 적막한 JMS 월명동 수련원 [가봤더니]
월명동 수련원 입구.   사진=박효상 기자

월명동 수련원은 외부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JMS 내에선 기독교복음선교회 자연수련원, 혹은 월명동 자연성전이라 부른다. 월명동은 지난 1945년 정명석이 태어난 곳이다. 달이 밝아 달박골이라 불렸던 마을 이름을 월명동으로 바꿨다. 현재 월명동 수련원으로 이어지는 도로의 새주소 이름 역시 월명동길이다. 월명동 수련원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검색할 수 있다. 한 지도 앱에선 그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지 감탄하는 리뷰가 1000개 넘게 달렸다. 다른 지도 앱에선 별점 5개를 주고 해당 장소를 칭찬하는 댓글과 별점 1개를 주고 비난하는 최근 댓글이 뒤섞여 있었다.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방송의 여파로 보였다.

‘나는 신이다’에서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월명동 수련원에 대해 “정명석의 생가를 성역화해 놓은 곳”이라며 “그들에겐 재림 예수가 태어난 곳이니까 동방의 예루살렘이다”라고 설명했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홈페이지에선 “마음 속 먼지를 털고 자신을 돌아보고 싶을 때, 깊은 기도를 하고 싶을 때, 성삼위(하나님 성령님 성자주님)를 깊이 만나고 싶을 때 오면 더욱 좋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2014년 4월 올라온 월명동 홈페이지 공지사항엔 “월명동 방문을 원하시는 분들은 사전 예약 하에 출입이 가능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방문을 제한한 흔적도 보였다.

“오는 사람 별로 없어요” 적막한 JMS 월명동 수련원 [가봤더니]
월명동 수련원 전경.   사진=박효상 기자

월명동 수련원에서 600m 떨어진 석막리 마을로 향했다. 수십 채의 집이 밀집한 조용한 동네였다. 오후가 되자 인기척 없는 마을에 따뜻한 볕이 들었다. 수탉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집 마당에 농기구가 놓여있는 모습은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르지 않았다. 골목을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없었지만, 몇몇 집 굴뚝에서 나는 연기로 누군가 집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높은 곳에 위치한 작은 교회도 있었다. JMS로 떠들썩한 세상과 달리 지나치게 고요했다.

고요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마을 끝 정자에서 만난 한 주민은 “(‘나는 신이다’ 방송)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마을에 드나드는 사람이 많지 않는 얘기였다. 지난 9일 김도형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JMS 탈퇴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JMS가 신도들에게 ‘교회에 나오지 마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코로나19 이전 사람이 많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거기(JMS)서도 얘기를 한 건지 차가 한 대도 안 다니더라”라며 “지금도 많이 다니지 않는다. 코로나19 이전엔 저 위에 차가 바글바글 했다”고 말했다.

“오는 사람 별로 없어요” 적막한 JMS 월명동 수련원 [가봤더니]
석막리 마을 전경.   사진=박효상 기자

주민이 언급한 차는 JMS 신도들이 타고 이동하는 관광버스다. 이날 인근 도로를 이동하면서 ‘월명관광’이라 적힌 관광버스 두 대를 목격했다. 그 중 큰 버스는 막 출시된 새 버스처럼 외관이 반짝였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최근엔 버스가 평소보다 적게 다닌다고 했다. 수련회가 열리는 여름이나 겨울, 정명석 생일이 있는 때면 관광버스가 40~50대에서 100여대까지 월명동 수련원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마을 주민 중에도 JMS 신도가 많다. 주민 대부분 연령대가 높아서 누군가 요양원에 가거나 생을 마감하면, 그만큼 JMS 신도인 주민이 늘어난다. 꾸준히 집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JMS 신도가 마을 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사람 별로 없어요” 적막한 JMS 월명동 수련원 [가봤더니]
월명동 수련원 인근 한 카페 외벽에 그려진 정명석 사인.   사진=이준범 기자

평화롭기만 한 건 아니었다. 마을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는 중 건너편 도로에 검은 차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앞좌석 창문이 내려진 상태였다. 잠시 후 차를 타고 이동하자 아까와 똑같은 검은 차 한 대가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저속 주행을 하다가 멈춰 서고, 또 이동하다가 멈춰 서는 걸 반복했다. 제보자는 JMS에서 감시하는 차량이 맞을 거라 추측했다. 전문적으로 감시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나는 신이다’에도 기자회견을 하러 홍콩에서  인천으로 입국한 성피해자 메이플씨를 공항부터 호텔까지 미행하는 회색 차량이 등장했다.

월명동 수련원과 석막리 마을로 가는 길에 한 어린이집과 카페가 눈에 띄었다. 어린이집 입구에 높인 커다란 비석엔 정명석 필체로 상호명이 쓰여 있었다. 보통 어린이집처럼 낮고 알록달록한 건물과 넓은 놀이터 대신, 리조트처럼 높게 지어진 건물이 여러 채 들어서 있었다. 카페에선 음료와 함께 여성 의류를 진열해 판매하고 있었다. 카페 외벽엔 구불구불한 나무와 돌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카페 입구 옆엔 2018년 9월 남긴 것으로 보이는 정명석 사인이 있었다. 정명석이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후 출소한 것이 2018년 2월이다. 익명의 제보자는 어린이집과 카페 모두 JMS의 것이라 했다.

이준범 임지혜 기자 bluebel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